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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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쌍둥이 별>이란 제목으로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 새로운 번역, 당시 부족했던 의학적 사실 검증을 거쳐 새로 출간된 소식을 듣고 다시금 읽고 싶었다. 그 때 읽을 때는 감정이 먼저 앞서는 바람에 씩씩거리며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으니 사라의 입장, 안나의 입장 모두를 번갈아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제 몸을 지키의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안나의 심정은 얼마나 무겁고 고통스러웠을까...이 문장엔 엄마와 아빠, 안나의 모든 의미가 압축되어 있는 듯하다.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안나... 태어나자마자 언니에게 제대혈을 제공하는 한편 수년동안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가 필요할 때마다 제공해야 했다. 그렇게 안나는 열 세살이 되었고, 이젠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해 켐벨 변호사를 찾아간다.

안나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태어난 아이다. 언니의 맞춤형으로 낳은 아이...

안나는 임신한 9개월까지 이름조차 없었던 아이다. 안나의 엄마 사라는 이 아이를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도 없다. 그저 아픈 딸을 위해 이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의 관점에서만 생각했다. 대부분 부모들이 임신을 하게 되면 아들일까? 딸일까? 를 생각하고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안나는 엄마의 뱃속에서도 이름을 가질 수 없던 아이였다. 그렇게 사랑보다는 하나의 목적에 불과 했었다.

안나의 언니 케이트는 두 살 때 급성전골수세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안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 케이트에게 안나는 동종이계 기증자이며 모든 것이 완벽히 맞는 자매다. 케이트가 병원에 입원할 때면 안나 역시 병원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케이트로 인해 부모의 관심 밖이 돼버린 제시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했던 것일까? 항상 말썽을 일으킨다. 도둑질을 하고 불을 지르고 오로지 그것만이 자신을 봐줄거란 듯이...

내 자식이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면 어느 부모가 손을 놓고 있겠는가. 뭐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자식을 살리고픈 게 부모이다. 사라와 브라이언에겐 케이트만이 자식인냥 온 신경과 모든 것이 케이트에게 집중되어 있다. 당연 병에 걸렸으니 온 관심이 케이트에게만 쏠리는 건 당연하다. 알지만서도 그외 자식이 받을 상처는 누가 책임 질것인가...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안나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자기의 신체를 찾을 권리를 위해서!!!!! 그것도 열 세살 아이가!!!!!!
자신이 더이상 기증을 하지 않으면 언니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안나도 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 게 안나의 마음이다. 사라는 안나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듯 기막혀 하면서도 안나를 설득하려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안나가 왜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안나를 다그칠 뿐이다. 나라도, 내가 사라였어도 그랬을까? 저렇게 밖에 말을 못했을까?...
하지만 브라이언은 충분히 안나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았던가...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케이트(본인은 얼마나 힘겨웠을까. 동생이 있기에 자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고통스러우면서도 동생에게 미안한 삶일 것이다.)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사고만 치는 제시(제시 역시 동생들을 사랑한다. 사고를 치면서도 한편으론 동생들을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다. 자기도 케이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지만 안되는 것에 마음 아파하고 안나의 소송을 나무라 하는 것보다 안나를 위해 용기도 준다.)

비록 부모님을 고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모님을 사랑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엄마를 보며 가슴 아파하는 안나...

안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안나를 위해 다독여 주고 아무리 자식이라도 부모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걸 상기 시켜주는 브라이언.

이런 위기 속에서도 이들의 가족 사랑은 충분히 빛났다. 서로를 헐뜯으며 죽일 듯 달려드는 게 아닌 싸우면서도 서로가 다치기를 원하지 않는...
결국 소송을 통해 무엇이 진정 원하는 것인지를 알아가고 가족의 사랑을 다시금 느끼는 이들이 아름다웠고 고마웠다. 실로 이러하지 않았다면 벌써 원수지간이 되고도 남았어야하는데 말이다.

비록 사라와 브라이언의 케이트를 위한 맞춤형 아기를 낳은 결정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나 내가 만약 사라 입장이였다면 나는 안나를 낳지 않았을 것이다. 안나는 케이트가 아프지만 않았으면 세상에 나오지 않을 아이였으니까...

결말에 다다랐을 땐 헉! 이건 머지!!!! 내가 잘못 읽은 건가??? 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야 했다. 세상에 이건 반전이 아니다. 이런 반전이 어딨냐구!!!!
난 왜 전의 책을 읽었음에도 결말의 기억이 안나는 거지! 그 때도 너무 충격적이여서 잊어버린 걸까? 책을 덮고 별 소릴 다 지껼였다.

읽는 동안도 그나마 전에 읽었을 때보다는 차분하게 읽어 갔지만 착찹한 마음과 사라의 케이트만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이해도 하면서 화도 내면서 과연 나라면? 이란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어린 나이에 홀로 사랑하는 부모를 고소하며까지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고군분투하던 안나가 불쌍하면서 한편으론 대견 하기도 했지만 안쓰러워 마음이 무거웠다. 나 역시 어느 누구의 편을 들어 누구의 결정이 옳다고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단지 안나의 부모 와 안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뿐...

처음 읽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으로 읽게 됐다. 어느 누구도 어느것이 옳고 나뿌다고 말 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나라면 어땠을까?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를 많이 생각케 했던 책이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내 존재가 얼마만큼인지도 생각해보게 됐던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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