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사는 사람들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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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궁금해서 선택한 책이다.
작가 황현진의 책은 한 번도 읽어 보지 못 했다.
그런데 얼마전 <호텔 프린스>라는 책이 나왔는데 그 안에 실린 <우산도 빌려주나요>의 작가님이더라는...

두 번 사는 사람들...
죽고 다시 태어난 것을 말하는 건 아닐테고...
얼마나 힘들고 고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길래 두 번 사는 사람들이라 했을까...

이야기는 박정희라는 두 남녀의 죽음을 야기하며 시작된다.
1917년생 남자 박정희는 1926년생 남자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고,
1960년생 여자 박정희는 딸 구구를 낳고 죽는다.
구구의 아버지는 조금성...
금성은 아내 정희가 죽고 나자 1917년생 남자 박정희가 태어난 도시에 가서 홀로 딸을 키우며 하숙집을 꾸려 나간다.
변변찮은 하숙집이지만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하숙집 식구들조차 모르게 운동권에 뛰어든 용태.
머하나 변변찮은 게 없던 기욱은 금성의 이력으로 컬러티브 만드는데 취직하고,
그런 기욱이 어느날 애인이라고 데리고 온 순점..
삼시 세 끼 홍시만 먹고 사는 홍시 할머니.


비록 하숙집이란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넉넉치는 않아도 서로를 조금씩 챙겨가며 복닥복닥 살아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정겹기도 하면서 옛날 셋방에 살았던 기억이 떠올라 가슴 한켠이 찡~하기도 했다.


홀아비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것 자체로도 그 시대에엔 무척이나 고되고 힘겨웠을 진데 꿋꿋하게 견디며 딸을 키워내는 금성의 부성에 가슴이 뭉쿨했다.
컬러티브를 만드는 게 꿈이었던 기욱이 남의 이력으로 한 순간에 죽음을 맞는 순간, 컬러티브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불쌍한 기욱...
이것도 모자라 기욱의 연인 순점은 사생아를 낳고...참 기구하다.
순점은 어디로 떠났을까?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그러하길 바라본다.
운동권에 뛰어 들다 결국 떠돌이 신세로 돌아다니는 용태. 떠돌이로 살면서도 하숙집을 그리워하는 용태. 결국 찾아 오지만...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떠나버린 홍시 할머니, 그는 어디로 홍시를 찾아 떠났을까...
어떻게 사시사철 홍시만 드셨는지 궁금하다.
홍시는 어디서 났을까? 어쨌거나 다른 곳에서도 홍시를 잘 드셨으면 좋겠다.


책의 중심은 구구를 시작으로 구구의 부모(박정희.조금성) 구구 부모의 부모인(김말녀.조복남) 삼대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옛날엔 혼인은 부모가 정해주는,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사람과 해야했다.
째보(언청이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였던 혼인 상대를 파탄 내고 여성운동가가 돼 버린 금성의 어머니 김말녀. 숙맥이지만 착했던 금성의 아버지 조복남.
고무공장 직원이며 놀음을 좋아 했던 정희의 아버지 박두남.
미장원을 운영하며 남편 몰래 동성연애를 하던 첫 번째 부인 정희의 어머니 두자.


이들의 삶 또한 기구하고 기구하다.
어찌들 그리 고단하게 살아가는지...
그시대엔 다 그러했겠지만 꼭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 옛날 우리 부모시대, 부모의 부모시대는 다들 먹기 살기 힘들 때였고 '보릿고개'는 다반사였으며 배 두드리며 살았던 시대는 아니였다.
그렇게 죽을동살동 일을 하고 농사를 지어대도 가난을 벗어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였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이젠 주식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있는 쌀밥 조차도 구경하기 힘들었고,
보리쌀 조차도 배부르게 먹기 힘들었던 시대.
격동의 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은 죽을 고비가 다반사였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도 왜 제목이 두 번 사는 사람들일까...
죽을만큼 힘든 삶에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걸까?
힘든 고비를 겪고 나서 다시 태어났단 생각으로 살아가서 그런걸까?
알 것 같기도 하면서 또 모르겠다.^^;;;;


책은 하숙집 인물들과 구구의 삼대 이야기가 교차되는 식인데
그들의 이야기를 너무 세세하게 보여주려 하다 보니(너무 자주 교차되는 부분때문에) 헷갈리기도 하고 해서 간간히 집중이 떨어지는 느낌도 있었다.


읽는 내내 이들의 삶이 무겁게 다가와서 안타까웠고 왜 이들은 이렇게 밖에 살 수 없었는지도 가슴이 아팠다.
비록 시대가 그러했으므로 지금을 사는 나에게는 가슴아픈 시대의 이야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책을 덮으면서도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산들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만큼 힘들고 고되게 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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