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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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실 김명순.
지극히 낯선 이름이다.
최초의 여성근대 소설가이자 시인인 김명순은 그 당시
화려한 소설가들의 뒤꼍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조선 시대의 최초의 여성소설가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탄실(아명)은 기생인 산월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무역상을 하는 김희경.
사업은 날로 번창해서 재산이 넘쳐났다.
남부럽지않게 살기는 했지만 기생의 딸,첩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야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알아줄 정도로 꽤 똑똑했다.
불행하게도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으로 빈털털이가 되었지만 아버지의 혈육인 김희선의 도움으로 일본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탄실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열정에 벅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희선으로부터 알게된 육사생도에게 강간을 당하는 사고를 겪고 이 사건이 고향인 조선까지 퍼지게 되면서 모든 오해와 핍박을 오롯이 혼자서 감내해야 했다.
그시대나 지금이나 강간을 당해도 여성은 죄인 이구나...
그럴수록 그녀는 글에 몰두했다.

살기위해, 죽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문학을 부둥켜 잡았다. 미치지 않기 위해 창작에 몰두했다.
오로지 글은 그녀의 목발과도 같았다.
1917년 11월 김명순은 <청춘>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공모전에 첫 단편소설<의심의 소녀>가 당선 됐다.
당시 기성 작가였던 이상춘과 주요한에 이어 3등으로 당선된것이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명이었던 사람이
그 유명한 이광수였다. 이광수에게 극찬까지 받으며
근대 최초의 여성 소설가로 조선문단에 등단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문학의 길은 녹녹치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모진 악담과 폄하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감자><배따라기>의
김동인. 은파리라는 가명을 쓰고 명순을 악랄하게 비난하고 독설을 아끼지 않았던 소파 방정환. <상록수>로 유명한 심훈이 그들이다.
이들은 명순을 나락의 끝까지 몰고 갔고 모진 독설을 퍼부었고 그녀의 삶까지 망쳐 놓았다.
읽으면서도 어이가 없음은 물론 이들 세사람은 물론 특히 소파 방정환이 왜그렇게 명순을 글로서 타락시키고 음해하고 삶까지 망쳐놓은것에 믿기지가 않았다.
정말 일까? 정말 이들이 그러했을까? 자꾸만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그 시대의 여성이 문학가로서 용납이 안되었을까? 몸을 버린 여자는 글도 써서는 안되었을까? 그렇게 명순은 남성중심 문단에서 서서히 뒷걸음치고 또 쳣다.
이리도 각박하고 힘든 길을 외로이 홀로가는 명순이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일본 유학마져 실패로 끝나고 돌아온 고향에서는 어느새 연애 선수로,연애 지상주위자로,자연연애의 선봉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제대로된 연애라도 해보고 이런 소릴 들으면 덜 억울하기나 하지...명순은 밑바닥까지 꺼져 갔다. 자살시도도 두번이나 했지만 이 또한 실패로 끝났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여인.
모든 핍박과 멸시는 끝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명순은 더 외로웠다. 사랑과 연애는 그녀에게 상처만 주었다.
인간, 그리고 남자에 대해 불신과 환멸만을 남겼다.
그시대의 여성은 오로지 숨죽이여 살아야 했던것에 비해 그녀는 문학가로 창작가로 당당해지려 했다.
목소리를 높일수록 더욱더 숨어야했고, 피해야 했다.
명순은 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 등 외국어에 능숙했다.
그래서 여러 작가들의 소설과시를 번역했다. 특히 최초로 조선에 번역해 소개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도 선보였다.
스물여섯에서 스물아홉의 시간은 작가 김명순으로서 가장 왕성했던 시기였다.

불운도 이런불운이 있을까싶을만큼 불운의 삶을 살다간 여인 김명순.
글쓰는게 좋아서 배우는것이 좋아서 유학도 몇번이나 갔건만 그녀에게 닥쳐오는 액은 모두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것밖엔 없었다.
책에서 김별아는 명순을 탁박네에 비유했는데 타박네라 할만큼 타박네와 닮아 있었다.
기생인 산월을 어머니라 목놓아 부르지도 못했던, 그래서 더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웠던, 결혼도 해보지 못한 그녀이지만 마지막엔 본인도 어미가 되고팠던 여인 김명순.

그 시대의 여성 소설가가 있었다는것도 놀라웠지만
김명순이란 소설가를 책으로 접하며 그녀의 바람앞에 촛불같은 인생을 살다간,여자로서 평탄치않은 그녀의 삶이 가슴아프게 다가왔고 그시대에 문학가로서 당당하려했던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이 가여웠다.

이 책을 접하게된게 너무나도 행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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