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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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존재하는 한 비리와 부패는 늘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이 지구촌에 비리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부패 공직자를 응징하고 처단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아마 우리나라만큼 그들에게 국민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생략) 대안이 없다고 고민하기 전에, 철저한 감시자가 되고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직무다. - 본문-

예나 지금이나 비리와 부패는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인간들을 좀먹는 암 같은 존재로 공존하고 있다. 아무리 잘라 내도 암이 전이하듯 슬금슬금 다시 기어 나온다. 특히나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은 대대손손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는 것까지 우리는 보고 있다. 또한 부패한 고위 공직자들 역시 법망을 자기들 손바닥 보듯 잘도 빠져나간다. 법을 유린하고 농락하기까지 한다. 일개 시민에겐 법은 평등하지 않지만 이들에겐 법은 평등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비리와 부패의 기삿거리가 쏟아진다.
한동안 코로나에 한몫했던 한 교회 집단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에 닿았다. 철저히 조사해 응징하겠다던 정부의 말이 더 분노를 샀다. 그들 모두가 법의 응징이 아닌 무제로 나왔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법을 무서워 나 할까??.

​법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 우리는 이런 인간들을 처단해 주는 사람이 있길 바란 적이 있지 않은가.
법이 그들을 응징하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해주길 바라는 마음. 여기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통쾌하게 해줄 그들이 나타났다. 일명 '집행관들'.

​모두가 아픈 상처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런 상처로 모인 사람들. 오히려 상처가 팀을 결집시키고 같은 목표를 갖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 이들은 막무가내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철저한 사전 준비 끝에 친일파, 부패 정치인, 악덕 기업인 등 법망을 잘도 빠져나가며 법을 농락하고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될 쓰레기들만 골라 집행을 실행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하는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엄연히 이들이 하는 짓은 살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죄를 묻기도 애매한, 또 어디에도 그들을 비난하는 글도 없다. 오히려 '대리만족'으로 옹호하기 바쁘다. 나역시 책을 읽으면서도 시원하고 통쾌하게 느껴야 함은 물론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함마져 들었다.

​나도 가끔은 생각한다. 이런 버러지 같은 인간들을 처단할 땐 따뜻한 삼시 세끼 꼬박 먹는 감방 생활이 아닌 당한만큼 그대로 갚아주는 형벌이 제격이라고. 그러나 책 속 그들의 집행이 마냥 통쾌하지만은 않았다. 너무나 버거웠다. 그리고 무거웠다.
법이 제대로만 실행 됐더라면, 법이 법다웠더라면...

​이들은 자기들의 집행으로 세상이 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 다만, 수천만 명 중에 자기들로 인해 이 사회가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자기들이 가진 분노를 인간쓰레기를 처리하는 청소부로 표출하기만 하면 되었다. 사적인 복수는 있을 수 없다. 그랬다간 자신들 역시 집행될 것이기에......

​공정한 법 집행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들이 보여준 집행은 극단적으로 몰고 갔음에도 왠지 공감이 되는 느낌이랄까. 이유야 어떻든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책 속에서만큼은 적폐들과의 전쟁으로 조금은 위로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이젠 기사 거리들이 쏟아져도 덤덤하다. 세상에 그렇게 놀라지도 않다. 이 책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읽었으면 바라지만 그들이 이런 책을 어디 읽기나 할까, 그럴 시간에 하나라도 더 챙겨 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겠지.

​문득 책에서도 거론했듯이 마누법전과 함무라비 법전이 생각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먼저 가네. 더 강력한 심판관을 기다리고 있겠네.'
후속작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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