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이묵돌 지음 / 부크럼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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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묵돌.

나에겐 생소하고 처음 만나는 작가다.

에세이를 직접 찾아 읽지 않는 나지만 처음 접하는 이묵돌 작가의 에세이는 제목만큼이나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읽기 딱 좋은 책이라고 느꼈다. 역시 가을엔 사랑만한 이야기는 없는 듯하다.



책은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한, 여느 연인들과 다를바 없는, 사랑을 시작한 작가와 연인의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을 꾸밈없이 써내려간 연애사다. 오히려 작가보다 더 적극적이였던 여친의 대담한 표현으로 만난지 얼마 안돼 동거가 시작되고 프리랜서로 하루 꼬박을 붙어사는 이 두 사람의 겉과 속을 솔직하게 표현한 방식이 에세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풋-웃게 만들고 마음가게 만들어 준 책이라 하겠다.



여느 연인들과 마찮가지로 자주 싸우지만 어쩜 싸우는 것 마져 사랑싸움처럼 느껴지는지 ㅋㅋㅋ... 이시대를 훌쩍 넘긴 독자로서 아련함에 이런 느낌이 드는 건가?ㅎㅎ 이 연인은 싸울 줄 알고 화해할 줄 아는 연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싸움뒤에 화해하는 모습이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닌 상대를 이해해주고 배려해 주므로서 먼저 미안하다 말할 줄 아는 연인이다.(이런 모습들이 참 예뻐 보였다.)



대부분의 연인들은 여행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안 맞아 싸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여행도 남다르다. 계획을 세워 착착 따르기 보단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해가 뜨면 해가 뜨는 대로 계획을 중요시하는 게 아닌 그냥 발 닫는 대로 편안하고, 고즈넉하고, 한가로우며, 평화로운 여행을 즐기는 연인이다. 사실 이런 식이면 날도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많은 걸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많은 걸 보기 보단 내가 지금 이곳에, 이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을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연인이다. 이런 것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여행이 아니겠는가.



"참 다행이야. 너랑 내가 만나서, 함께 여행을 와서. 그리고 동시에 눈을 뜨고, 동시에 이 창문을 바라보게 돼서...... ."



이런 추억과 기억만으로 행복을 느끼고 힘들고 고된 시기를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게 한 힘.

그런 추억이 하나쯤 있다는 것으로도 '내 인생은 꽤 가치 있었다' 고 말할 수 있는.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할 만큼 행복한 추억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오직 사랑이다!!!!!



우울증 악화돼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했지만 실패한 작가다. 죽고 싶은 이유는 사랑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사랑이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아주 달달하고 예쁜 사랑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 오히려 달달하고 예쁜 사랑이야기는 거의 없다. 지극히 현실 그 자체, 진짜 날것의 그 싱싱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랄까. 실제 연인과 있던 일들을 다룬 이야기라 그런지 꾸밈 없고 솔직해서 좋다.



달달함으로 오글거림으로 포장하고 꾸며낸 사랑 에세이 였다면 분명 나는 도중 덮었을 것이다.

솔직하고 담백하고 그냥 내가 아는 누군가의 사랑을 보는 듯한 이런 신선한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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