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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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원망스럽고 미웠으면 '죽이고 싶다'란 말이 나올까.

책은 첫페이지를 연 순간부터 순식간에 빠져 버리게 만든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추면 반을 후딱 읽어 버릴 정도.



한 여자가 끔찍하게 살해 당했다. 여자의 가슴이 도려내졌고 여자의 얼굴은 극심한 고통에 일그러진 상태다. 분명 숨이 붙어 있을 당시 여자의 가슴을 도려낸 것이다. 그리고 여자의 도려내진 가슴 위에는 박쥐 모양의 목각인형이 놓여져 있다. 죽은 그녀에겐 아이가 하나 있는데 고아원에 보내 버렸다.



이 여자와 밤을 보낸 마지막 남자가 범인으로 지목 돼고 그남자가 경찰서에서 취조를 당하고 있는 사이 두번 째 살인이 벌어진다. 앞전 살인과 흡사하지만 어딘가 의문점이 든다. 이 여자는 칠십대 노인이다.



어떠한 증거도 남겨놓지 않은 범인. 그렇게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지는가 싶더니 세번 째 살인이 벌어진다. 이 여자 역시 아이를 고아원에 보냈다.



왜일까? 고아원에 아이를 보낸 엄마들이 살해를 당하고 있다.

고아원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걸까.

박쥐 목각인형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대체 왜 가슴을 도려내는 걸까.

그리고 살인을 하는 중에 부르는 범인의 구슬픈 (타박네)노래.



한편, 경찰인 재용은 박쥐 목각인형을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에 머리를 쥐어 짜내다 드뎌 기억을 해낸다. 바로 아내의 보석함에 박쥐 목각인형이 있었던 것. (그럼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이 아내란 말인가......)



묵직함이 진-하게 깔린 소설이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빠져듦과 동시에 분노와 욕이 나와 견딜 수가 없다. 정말 제목처럼 죽이고 싶다란 말이 수없이 나왔다. 아니 이런 인간들은 죽는 것도 아깝다. 조금씩 조금씩 고통을 주면서 고문으로 다스려야 한다.



고아원 원장이란 선량한 가면을 쓰고 국회의원이된 철민이지만 그의 욕정의 대상은 외쳐도, 불러도 아무도 달려와주지 않는 고아의 아이들이다. 철민의 위임아래 고아원을 책임지고 있는 정순. 그녀 역시 고아원 출신이고 어린 시절 철민에게 당했으면서도 그놈의 욕망이 뭐라고 언제든 철민이 부르면 여자아이를 철민에게 받친다.



수인역시 정순의 꼬임에 철민에게 당하고 만다. 고아원 친구들은 더럽다며 수인의 뒤에서 비웃고 경멸한다. 엎친데 겹친격, 죽고자 오른 산에서 또래의 남자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수인... 겨우 목숨을 건진 수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내가 저놈들을 죽이고 싶었다.



피해자인데 오히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게 비단 어제 오늘일 만이겠는가. 파렴치하고 온갖 악행을 일삼았던 인간들은 떵떵거리며 잘만 살아가는데 왜 피해자들은 지옥같은 삶을, 죽지 못해 살아가야 하는가. 겉의 상처가 다 나았다고 해서 마음의 상처까지 다 나은 거라 착각하는 시선이 역겹게 다가온다.



내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딸을 성폭행 한 짐승같은 놈과 타협해서 거액을 쥐고 오히려 딸을 지켜 주려고 했던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어미. 지 자식들만 잘났다고 죄의식은 커녕 큰소리만 쳐대는 가해자들의 부모. 자신 또한 철민에게 당했으면서 욕망 때문에 철민 못지 않은 악행을 저지르는 정순. 자신의 끝없는 욕망과 욕정 때문에 여리고 여린 아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아 버린, 죽어마땅한 철민.



이모든 악행의 뒤엔 아프다고, 무섭다고, 도와달라고 소리칠 수 없는 힘 없고 버려진 어린 아이들이 있다.

힘 있고 돈 있는 부모 만나면 있던 죄도 없어지고 힘 없는 사람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 조차 할 수 없는 이런 기막힌 일이 한탄스럽고 개탄스럽다.



한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는데 처벌은 고작 솜방망이 수준. 그러니 같은 범죄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미성년이라 해서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개뿔. 옳고 그른 건 다 안다. 오히려 미성년이라는 것을 악이용할 줄 아는 교묘한 놈들이다.



어른이라 할 수 없는 어른들의 파렴치한 행동과 그런 어른들의 교육 아래 죄의식도 모른채 스스럼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의 미개한 행동들이 분통과 가슴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결말에서야 그간의 분통들을 잠재워 줘서 웃을 수 있었으나 우리나라 법의 현실은 도무지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그럼 합의서만 있으면 미성년자 성폭행범도 다 풀려난단 말이에요? 그게 말이 돼요? 한 아이의 인생이 망가졌는데요?"

"뭔 놈의 법이 이래요? 이래서야 국민들이 법 믿고 살 수 있겠어요?"

제발 민지의 이 외침이 더이상 외침이 아니였으면 하는 아주 큰 바람이 있다.



읽는 내내 분통과 욕이 한바가지 아니, 수바가지가 나오지만 정신 없이 읽어간 작품이다. 처음 읽는 한수옥 작가의 책이지만 이 책으로 인해 눈여겨 보고 싶은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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