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평점 :
얼마전에 모임에서 여러 지인들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중에서 여러 사람들이 공감했던 것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저는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왜 그런 저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느냐고 물으신다면...
예전에는 누구에게나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저의 진심을 숨길 정도로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립니다.
그건 변한 게 아니라 소심해진 거라구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예기치 못했던 인간 관계의 틀 속에서 꽤 많이 지친 올 한해였는데,
오쿠다 히데오님의 책을 읽은 후 너무나 행복해졌습니다.
책 한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기는 정말 오랜만인 거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님은 따뜻하면서도 참 치밀한 작가입니다.
그 분이 쓰신 책들은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잘 짜여진 구성을 가지고 있지요.
<오 해피데이> 역시 여섯 개의 짧은 소설들이 옴니버스를 이루고 있는데요.
매 작품마다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결말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일단 책을 잡으면 한번에 읽어 내려가게 만듭니다.
물론 그 분 특유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들은 독자로 하여금
쉽게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필력으로 작용하지요.
그중 첫번째인 <Sunny Day>는 마흔 두살인 야마모토 노리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십 대의 전업주부는 국적에 상관 없이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즉, 아이들, 남편에게 적당히 가구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존재죠.
하지만 어느 날 우연하게 노리코의 삶에 활력을 주는 일이 시작됩니다.
저도 노리코처럼 작은 생활의 변화에 기운이 충천해본 적이 있었지요.
기분 뿐만 아니라 외모마저 아름다워지는 노리코를 보면서
저역시 약간의 대리 만족을 느낀 것 같아요.

두번째 이야기는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어느 날 아내와 별거하게 된 마사하루는 텅 빈 집에 혼자 남게 됩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불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마사하루는 아내가 짐을 챙겨서 비어버린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꾸미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가구,
그 동안 갖고 싶었으나 사지 못했던 오디오,홈시어터 등을 구비합니다.
곧 마사하루의 집은 남자 동료들의 아지트이자 남자들의 로망이 되어 버립니다.
결혼을 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나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해보니, 여러가지 현실적인 벽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전 김치냉장고가 고장 나서 조만간 바꿀 생각을 했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냉장고 대신에 좋은 오디오를 장만하고 싶어졌네요.
저두 마사하루처럼 멋지게 저지를 수 있을까요.
아무튼 일단 냉장고는 보류랍니다. -.-

그 외의 단편들인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여기가 청산>, <남편과 커튼>, <아내와 현미밥>
모두 푹 빠져 읽을 만큼 재미있습니다. 반전같은 결말을 읽고 책을 덮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서 '오 해피데이!'의 미소를 저절로 짓게 되네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해피데이를 안겨주기 위해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