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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피어나다 ㅣ 피어라 우리 문화 1
강익중 외 지음, 이수진 그림 / 해와나무 / 2009년 9월
평점 :
너무나 흔하고 가까이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게는 아마 '한글'이 그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늘 한글로 쓰고 읽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저 편하고 익숙한 존재였던 것이지요.
글로벌 시대라는 이유로 외국어 교육에 올인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왜 우리 것이 소중한 지를 일깨워 주는 소중한 책이 여기에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닿소리 가족글자>입니다.
그저 시험 보기 위해서 무조건 암기했던 내용이었지요.
닿소리의 기본 글자는 발음 기관을 본 떠서 만들었습니다.
'ㄱ'은 혀뿌리가 여린 입천장을 막은 모양, 'ㄴ'은 혀끝이 윗잇몸에 닿은 모양,
'ㅁ'은 입술이 벌어진 모양, 'ㅅ'은 혀끝과 이가 만나는 모양, 'ㅇ'은 혀와 여린 입천장이
닿았다가 벌어진 모양입니다. 닿소리는 한글이 생성되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홀소리가 만나 한글자를 이루구요. 두 글자가 만나 다양한 뜻을 가진 글자로 탄생하게 됩니다.

전 사실...지금까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나라 문자니까 그냥 그렇게 칭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렇지만 이 책을 읽어 보면서 제가 우리문화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모든 문자는 처음에 왕과 귀족 같은 지배자들만 사용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글은 처음부터 백성들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쓸 수 있게끔 만들어졌지요.
즉, 백성을 우러르면서 생겨난 유일한 문자가 한글인 것입니다.
그리고 한글은 말의 소리 하나하나를 글자로 나타내는 소리글자입니다.
로마자도 소리글자이지만 소리를 내는 규칙이 제 각각이지요.
하지만 한글은 닿소리와 홀소리가 가지고 있는 소리만 알고 있으면, 어떤 낱말에서도 규칙에 따라
소리를 내면 그만입니다. 즉, 질서와 규칙을 지닌 뛰어난 소리글자입니다.
또한 발음 기관처럼 생긴 글자이기 때문에, 한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어렴풋하게라도
글자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영국의 한 음성학자가 로마자가 어렵고 규칙이 없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해서 이 글자를 제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현대의 언어학자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한글은 거뜬히 뛰어 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 건물 내부와 뉴욕지하철역의 환경조형물을
제작한 설치미술가인 <강익중>님의 작품입니다.
"한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조와와 균형'이라고 생각해요.
한글은 닿소리와 홀소리가 만나 한 소리를 이루며, 세상의 모든 소리와 뜻을 감싸 안지요."
한글이 정말 아름다운 에술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민체연구가, 캘리그래퍼인 <여태명>님의 '꽃 피자 새는 날고'라는 작품입니다.
컴퓨터용 한글서체를 개발하여 널리 보급하였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는 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글의 우수성과 예술성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껏 잘 모르고 있었네요.

붓글씨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되살리고 널리 알리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캘리그래피
분야에 뛰어드신 <이상현>님의 작품입니다. 붓글씨가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있는
분입니다. '캘리그래피'란 손으로 쓴 아름다운 글씨'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캘리그래퍼는
글씨가 뜻과 제대로 어울리면서도 다양한 표정을 갖도록 창작하는 사람을 말하지요.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또하나의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한글을 도자기에 새긴 도예가, 미술로 승화시킨 무용가...
각각의 예술영역에서 한글을 승화시키는 무수한 작업들이 있습니다.
한글이 지닌 내재된 아름다움과 새로운 창착영역이 하나로 만나는 작업이겠지요.
<한글 피어나다>를 읽으면서,
한글과 더불어... 살아 숨쉬는 우리의 순수한 예술혼도 같이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단지 우리의 것이어서가 아니라, 몰랐던 우리의 우수성을 찾아서
만개시키는 작업들을 보면서 제 마음에도 작은 한글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