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클래식 -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지 않다
안우성 지음 / 몽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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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클래식. 제목에 일단 고개를 갸웃했다. 왜 하필 주어를 '남자'로 지었을까. '여자'인 나에게는 약간은 호승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띠지의 내용이 참 재밌었다. 이 책에 대해 김진명 소설가는 이렇게 글을 남겼다. "감정을 배제하고 사는 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꼰대들에게, 남자들에게!" 엄청난 도발을 불러 일으키는 문구가 아니던가. 하지만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프롤로그에서 이내 풀렸다. 저자는 한국 남자들이 대체적으로 감정을 배제하고 표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 또한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남자이기에 본인이 겪어온 바로는 이러한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단 한국 남자 뿐만이 아니라 딱딱하고 감정이 경직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세지라고 생각이 되었다. 음악은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며, 이를 통해 정서적으로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었다.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 진지함의 힘, 2장 대가의 태도, 3장 소박한 낭만, 두려움이 없는 열정. 이러한 큰 주제를 바탕으로 저자는 여러 음악가, 그리고 다양한 음악과 연계하여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롭고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한 삶의 방식을 논한다.

단순히 클래식에 대한 소개 뿐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배경, 그리고 생각해볼 수 있는 삶의 태도, 그리고 작가의 생각이 함께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2장 대가의 태도는 다음과 같은 소제목들을 붙였다. 결단의 순간, 남자의 신념, 기교보다 기품, 실력과 파격, 소통 등. QR 코드로 삽입된 음악을 감상하며 클래식 대가들의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부분이 참 도움이 되었다. 특히 프랑스 태생, 중국계 미국인 첼리스트 요요마의 일화가 감명이 깊었는데, 자신의 삶을 언제까지고 젊게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지구촌 평화에 동참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저자 본인의 경험도 덧붙여 설명한 부분도 묘사가 생생하여 간접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해준다. 딱딱하지 않고 위트있게 풀어내어 몇 번이고 혼자 속으로 웃으며 읽은 부분이 많았다.

매 소제목 뒤에 붙인 플레이리스트, 저자의 추천 음악 레파토리도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점이 눈에 띈다. 플레이리스트 뿐만이 아니라 다루고 있는 음악가와 음악도 광범위하다. 성악곡부터 시작해서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곡, 현악 사중주, 피아노, 오페라에 가곡까지 두루두루 살피고 있었다. 인물 또한 고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와 음악가 뿐만이 아니라 지휘자, 테너, 반주자 등도 소개하고 있었다. 영원히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 음악가를 알 기회를 잡게 되어 기뻤다.

에필로그에서는 다시 한 번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저자는 끝마무리를 짓는다. 감정이 메마른 삶은 불행하며, 음악은 그러한 감정을 배우는데 좋은 교과서라는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또한 은근히 감정이 건조하고 눌러온 케이스다. 그런데 피아노를 배우며 클래식을 접하고, 1~2년 남짓한 짧은 기간 사이에 감정이 풍부해지고 사람이 말랑해짐에 스스로에게 많이 놀랐다. 감성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해진다는 게 이렇게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고 따뜻해지는 일인 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비단 저자가 콕 찝어 이야기한 남자 말고도, 조금은 메마른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면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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