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하완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이 화자되는 책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원론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실은 진부할 수도 있다고 하는 주제들인데, 많이 팔린다는 건 그만큼 독자들에게 그 주제가 공감되고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도 된다.

하완 작가는 전작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에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명쾌하고 가감없는 화법으로 독자들에게 많이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신작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으로 돌아왔다.

전작을 너무나도 재밌게 읽은 터라,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재미지게 들려줄까? 하면서 책장을 열었는데, 역시나 하완 작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기 전에 조금만 읽고 자야지 했던 결심은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새벽까지 혼자 키득키득거리며 끝을 보고 말았다.

특유의 입담, 재치 넘치는 위트는 여전히 책 속 이곳 저곳에 가득 묻어 나온다. 다만 전작에서의 거침없던 발언과 강한 어조는 조금 순화된 버전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에서 발견하고 깨달은 소소하지만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이야기들을 보는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경쾌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풀어나간다. 끝마무리에는 이따금씩 자학 개그 스러운 유머도 곁들여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점점 붙게 한다.

각 장의 앞마다 삽입된 일러스트는 저자가 그 챕터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본인은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고 본문 중에 이야기했지만, 너무 겸손한 게 아닌가 싶다. 심플하면서도 누구나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간결함이 담겨 있다.

또한 각 장의 내용이 길어봤자 서너 장 내외로, 마치 라면 한 젓가락만 먹어야지 했다가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 한 권을 2시간 내에 뚝딱 읽어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전작에서도 동일하게 느꼈지만, 스스로에 대해 가감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독자의 공감을 쉽게 얻어내는 부분이 참 좋다. 저자도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았는데, 그런 자신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면서도 그게 어때서? 라고 반문한다. 결코 부유한 삶은 아니지만,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태도가 참 부럽기도 했다.

지금 살아가는 인생이 재미없고 따분하다고 느껴질 때, 맥주 한 잔과 함께 읽으며 긍정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 책. 하완 작가의 "저는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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