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ㅣ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초1, 초3 두 자매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힘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제목부터 마음에 오래 남았던 책이 바로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예요.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남의 생각에 끌려다니는 노예의 삶을 끝내고 기꺼이 지배자로 군림하라였어요. 처음에는 조금 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게 됐어요.
어릴 때는 부모님의 생각을 따르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기준을 배우고 사회에 나가서는 상사나 선배, 조직의 분위기에 맞추며 살아가게 되잖아요. 물론 사회생활에는 규칙과 타협이 필요하지만 내 생각과 판단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린다면 어느 순간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닌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은 제정 러시아 말기의 수도자이자 비선 실세였던 그리고리 라스푸틴을 통해 이런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봐요. 황태자의 병과 황제 부부의 불안을 파고들어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던 라스푸틴의 이야기를 단순히 한 악인의 이야기로만 바라보지 않고 불안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불안의 착취, 광기의 철학, 권력의 해부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 사람이 두려움이 커질수록 누군가에게 답을 맡기고 싶어지는 마음을 생각하게 됐어요. 결국 맹신은 누군가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는 순간 더 쉽게 시작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덮고 나니 지배자라는 단어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다른 사람을 지배하라는 뜻이라기보다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고 살아가라는 의미로 다가왔어요.
내 아침을 남이 정해주지 않고 내가 선택하고 내 저녁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추지 않고 주변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으며 내 한 문장을 남의 문장으로 대신하지 않는 것. 결국 하루하루의 작은 판단을 끝까지 내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두 아이에게도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45세인 저 역시 아직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 인생만큼은 내가 생각하고 선택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라스푸틴과 로마노프 왕조의 이야기를 통해 맹신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책이지만 저는 결국 내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내 삶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라는 메시지로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