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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ㅣ 현북스 청소년소설 24
이루하 지음 / 현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초1, 초3 두 자매를 키우는 엄마가 되다 보니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지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에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역사동화를 찾아보게 돼요.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 현북스의 두더지예요.

사실 45세인 저에게도 우리 역사는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이야기가 참 많아요. 두더지는 그런 역사를 딱딱한 설명으로 전달하기보다 한 편의 이야기처럼 풀어내고 있어서 생각보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은 1500년 넘게 누구의 손도 타지 않고 잠들어 있던 공주 송산리 고분군을 배경으로 해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일본인 교사 가루베 지온이 백제 문화 연구를 내세우며 송산리 고분을 비롯한 우리 문화재를 도굴하고 일본으로 밀반출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나라의 힘이 없었던 시절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참 많이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어요. 특히 문화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시간과 이야기가 담긴 것이기에 더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책은 1부 송산리, 2부 도둑들, 3부 두더지, 4부 식구들로 이어지면서 당시 송산리에서 살아가던 사람들과 도굴을 둘러싼 이야기를 보여줘요. 처음에는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현실을 마주하고 결국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제목인 두더지도 참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햇빛을 피해 땅속으로만 파고드는 두더지처럼 남의 무덤을 파헤치는 도굴꾼의 모습을 빗대고 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단순한 제목 이상의 의미가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것은 역사를 지키는 일이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부끄러운 일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다시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심, 그리고 함께 행동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어요.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려고 하면 자칫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두더지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재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초1, 초3 두 아이와 함께 읽고 나서 문화재를 소중히 해야 하는 이유와 우리 것을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45세가 되어 다시 역사동화를 읽으니 어릴 때와는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어요.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동시에 저 역시 잊고 있었던 우리의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해준 책이라 더욱 의미 있었어요.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을 남겨주는 역사동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