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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주만드 뷰티 살롱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4년 11월
평점 :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저자 이진|비룡소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은 번데기였다. 그리고 만두 언니는 화려한 날개를 지닌 나비였다. 언니는 화려한 날개를 보란 듯이 퍼덕이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 우리는 번데기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는 작은 애벌레이며, 석 달 후에는 멋지게 탈피할 거라고. (본문 121쪽)
책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여고생에게 시선을 옮겨 십 대의 영원한 고민인 외모와 다이어트, 성적, 그리고 각자가 가진 콤플렉스에 대해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십대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임을 공감하며 풀어내고 있다
세아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동네 옷가게에서도, 전철역 지하상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77사이즈를 입는다 어느 날, 학교 후문 골목에 새로 생긴 떡볶이 집에서 아랍 왕자가 일한다는 소문에 세아는 야자를 땡땡이 치고 '아르주만드 떡볶이'집을 가게 된다. 가게 주인은 화려한 공작새 같고, 아랍 왕자는 무슨, 도저히 왕자님처럼 보이지 않는 주방장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빠질 수밖에 없는 바그다드 즉석 떡볶이의 정체불명 양념에 중독이 돼버린 세아는 그 기묘한 맛에 매료되고 만다
또한, 여드름 때문에 고민인 전교 3등 윤지는 여드름이 날 때마다 성적이 하락하는 징크스가 있다. 한때 농구선수였던 화영은 키 177센티미터에 모델처럼 날씬하지만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보이시한 매력 덕에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많다. 하지만 화영은 여자다워지고 싶다.
이런 아이들 앞에 잠재된 아름다움을 발굴해 준다는 특별한 뷰티 살롱이 주말마다 열린다는 광고문이 떡볶이 집에 내걸리고, 각자 고민을 껴안고 살던 세 아이는 그곳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아르주만드 언니의 괴상망측한 수업을 들으며 묘한 인생 수업을 겪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아르주만드 언니의 프로그램을 따르고, 십 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줄 모델을 뽑는 오디션을 위해 노력한다. 그 사이 흉흉한 사건에 주방장이 연류 되어 있다는 소문과 정체불명 양념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아서 아르주만드 떡볶이 집은 결국 문을 닫게 된다. 그리고 민 언니와 주방장도 자취를 감춘다.
오디션에는 세아와 윤지만 참가하게 되지만, 세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교훈을 얻고 돌아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곳에서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있다. 만나지 않아도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학교 앞 떡볶이 집에서 배운 체조로 살을 뺄 수도 있고, 통통한 몸매로 모델 오디션에 나가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상습 성추행 범을 멋지게 퇴치해 낼 수도 있다. 크고 대단한 회사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로 아이들을 속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세상은 존재했다. (본문 217쪽)
나는 끝내 엄마처럼 44사이즈는 되지 못했다. 화영도 윤지도 원하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세상은 변함없이 아이들을 숫자와 외모로 재단하고 있다. 그러나 숫자 너머에도 분명히 세상은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만두 언니의 존재가 거짓이건 진짜건 상관없다. 나는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에서 분명히 다른 세상을 보았다. (본문 222쪽)
세 여고생의 고민을 들여다보면서 지난 여고시절의 나를 돌아보았고, 지금은 내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 역시도 성장하면서 이 세 아이들의 고민을 할 터이다. “아차!”하는 실수가 없도록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대화하는 엄마가 되겠노라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바른길로 잘 갈 수 있도록 바른 안내자 역할을 하리라 그 또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