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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가기 좋은 날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6
허은순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7월
평점 :
소풍 가기 좋은 날|허은순|시공주니어
우리의 삶이 잠시 소풍 온 거라면, 그 소풍을 즐겨야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떠나지를 않았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매일 감사하며 아름다운 세상에서의 소풍을 마음껏 즐기자.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지영이네는 엄마, 아빠 그리고 미미가 한 가족이다.
미미는 엄마가 만들어 준 헝겊 인형이다.
소풍 가기 좋은 날,
여덟 살 지영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밖으로 나온 지영이는 뛰어다니고 싶은데, 엄마는 자꾸 멈추라고 한다.
햇살이 저물어 간다.
엄마 아빠는 집으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지영이는 아직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아 들어가기 싫다며 투정을 부린다.
엄마는 고집쟁이 지영이를 내버려두고 자리를 뜬다.
홀로 남겨진 지영이에게 한 아저씨가 다가오자 깜짝 놀라 엄마 아빠에게로 정신없이 뛰어간다.
“소풍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엄마는 집이 세상에서 제일 좋더라. 집이 없다면 말이다, 소풍도 재미없단다.” (본문 26쪽)
엄마는 돌아갈 집이 있어서 소풍이 재미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엄마가 지영이는 이해가 안 간다.
그 뒤, 엄마는 심한 몸살을 앓더니 끝내 병원에 입원한다.
금방 올 거라는 엄마는 오지 않고, 대신 할머니가 와서 지영이를 돌봐준다.
퇴원해온 엄마는 오자마자 옷장 정리며 집안 청소를 하는데 분주하다.
지영이가 엄마와 다시 소풍 가기로 약속한 날, 엄마는 구급차에 실려 가고, 아빠는 엄마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려 준다.
지영이는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밤마다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며 힘들어한다.
엄마의 병은 점점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며칠 지나 엄마는 죽음을 맞는다.
그런 엄마의 죽음을 지영이는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빠는 지영이에게 말한다.
‘몸은 땅에 묻혔지만 영혼은 하늘나라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고.’
엄마의 영혼이 소풍 끝나서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날,
지영이는 엄마의 영정 사진 앞에서 ‘엄마가 곁에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발인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영이는 엄마의 영혼이 소풍 끝나 엄마가 그토록 좋아하던 집으로 돌아갔다며 조금은 안도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오늘은 정말 소풍 가기 좋은 날이에요오!”
소풍 가기 좋은 맑은 날, 엄마는 그렇게 지영이와의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