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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ㅣ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18
그림 형제 원작, 레나테 레케 엮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글 그림 형제|그림 리즈베트 츠베르거|어린이작가정신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여느 동화처럼 작가의 창작으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하게 이야기만 읽고 끝낸다면 신기하고 신비로울 따름이다. 사라진 아이들이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정체가 더욱 궁금하면서 과연 그는 누구일까? 책을 덮었지만, 우리의 상상력은 너도나도 그 다음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짧은 동화는 긴 소설이 되곤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여느 동화작가의 순수한 창작에 의해서 써내려간 이야기가 아니다. 그랬다면 정확한 연도 등이 책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하멜른에서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데려간 뒤 ‘북 없는 길’이라고 불리게 된 거리에서 매주 일요일이면 동화를 재현하는 공연이 열리고 있고, 하멜른 박물관과 피리 부는 사나이의 집(쥐잡이의 집)에는 역사적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렇듯 궁금증과 새로운 흥밋거리로 다시금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컸다. 1284년 6월 26일, 하멜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30명의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어린이 실종 사건’ 그 기이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284년 6월 26일, 독일의 중부를 흐르는 베저 강가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 하멜른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했다. 강가의 물레방앗간은 곡식을 찧느라 쉬지 않고 돌아갔고, 시장에서는 가득 쌓인 밀가루와 빵, 채소와 고기가 팔려 나갔다. 사람들은 하루하루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갔다. 그렇게 좋은 날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줄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평화롭던 도시에 갑자기 쥐들이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마다 쥐떼가 들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섭고 징그러워서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 냈다. 마침내 쥐떼는 집 안 부엌이나 곳간까지 쳐들어왔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분노에 휩싸였다. 하지만 마을에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른 채, 근심걱정만 늘어갈 뿐이었다. 아무 걱정 없던 이 마을의 행복은 그렇게 쥐떼가 모두 앗아가 버렸다. 갑자기 왜 평화롭던 이 마을에 쥐떼가 들끓기 시작한 것일까? 이것 또한 의문이다.
그러던 중, 하멜른에 낯선 남자가 나타나 마을 사람들과 한 가지 약속을 한다. 남자는 마을에서 쥐떼를 모두 몰아내고, 마을 사람들은 그 대가로 보상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다음날 남자는 소매에서 피리 하나를 꺼내 이제껏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음악을 연주했다. 그렇게 피리 부는 사나이는 마을 곳곳을 빠짐없이 모두 돌았다. 신기하게도 그의 피리 소리가 들리는 곳 어디에서나 쥐들이 몰려나왔다. 부엌과 지하실에서, 곳간과 우리에서 쏟아져 나온 쥐떼는 피리 부는 사나이만 졸졸 뒤쫓아 갔다. 어느덧 마을 안에는 단 한 마리의 쥐도 남지 않았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 사실을 확인하고 성문을 지나, 베저 강가로 쥐떼를 몰고 갔다. 그러고는 쥐떼를 강으로 불러들였고, 거침없이 강물로 뛰어든 쥐들은 모조리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쥐떼에게서 자유로워지자 많은 돈을 주기로 한 약속을 후회했고, 결국 갖은 핑계를 대며 약속한 돈을 내놓지 않았다. 화가 난 남자는 하멜른을 떠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피리를 꺼내 이때껏 들어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엔 집집마다 아이들이 마법의 피리 소리에 홀려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미사를 올리는 사이, 남자는 피리를 불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아이들과 피리 부는 사나이는 성문을 지나, 마을 가까이에 있는 산으로 향하더니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날 하루, 피리 소리와 함께 하멜른에서 사라진 아이들은 130명에 이르렀다. 아이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라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그는 왜 아이들을 데려간 것일까? 왜 그랬을까? 처음부터 의도된 것일까?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찾아 헤맸지만 모두 헛된 일이었다. 하멜른의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이 기이한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이야기에 담긴 숨은 의미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학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여전히 신비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로 남아 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가치고는 너무 잔인하지 않나? 아이들이 무슨 죄라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어른들인데, 왜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130여명의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실종사건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사건이 벌어진 해인 1284년과 아이들이 사라진 6월 26일. 그해 그날에 대해 몇 가지 해석이 있다. 주민 수가 부족해서 노동력을 구하러 돌아다니던 동부 지역의 호객꾼이 아이들을 유혹해 브란덴부르크나 지벤뷔르겐의 노동자로 끌고 갔다는 주장과 아이들이 배를 타고 강 저편으로 건너갔다는 주장, 그리고 페스트가 순식간에 마을 아이들 13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추측이다. 동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린이 실종 사건'에 관한 기록이 하멜른 연대기에 남아 있다고 하니 그날의 진실이 더욱 궁금하다.
하멜른의 아이들이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은 마을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고,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책은 마무리를 하고 있지만,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새삼 궁금한 터이다. 그림동화 속에 함축된 의미가 많은 이 책은 읽는 시간은 짧지만, 그 생각의 여운은 참 오래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