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가 나를 보고 웃다 일공일삼 75
김리리 지음, 홍미현 그림 / 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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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그 애가 나를 보고 웃다

지은이 : 김리리 / 펴낸곳 : 비룡소.




“여러분은 꼬리가 아홉 달린 구미호 이야기를 아시나요? 옛날에 사람이 무척이나 되고 싶은 구미호가 있었어요. 구미호는 사람과 결혼해서 천일을 살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서 가난한 총각에게 접근하지요. 둘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살림살이 형편이 많이 어려워서 먹고 살기가 힘들었어요. 그러자 여인은 갖고 있던 구슬을 팔아서 어려운 살림을 돌보았고, 덕분에 가난한 살림은 살기 좋아지게 되지요. 그런데 처음에는 고마워했던 남편과 시어머니가 자꾸만 욕심을 내면서 가지고 있는 구슬을 내놓으라며 여인을 괴롭히지요. 끝내 구미호는 욕심 많고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천일을 채우지 못하게 돼요. 결국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고 떠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답니다.”




마음씨 착한 구미호는 외모만 무서웠지 어쩜 사람보다도 더 사람답게 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구미호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사람으로 아름답게 살기를 바랐다. 남편과 시어머니 등 주위 사람들이 욕심만 부리지 않았더라면 사람으로 변신했을 텐데 구미호가 안쓰럽다.




이 책을 읽으니 우리들 속에 혹시나 사람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구미호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외모는 사람이지만 무시무시한 구미호보다 더 무섭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사람들이야말로 이시대의 구미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 애가 나를 보고 웃다」는 신비한 소녀이야기이다. 그 소녀의 이름은 머루이고, 옛이야기 속에서의 구미호처럼 구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구슬은 신비한 힘이 있어서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행운의 구슬이다. 혹시 머루도 구미호? 그렇다면, 머루도 구미호처럼 그 구슬을 누군가에게 줬을까? 과연 머루는 그 구슬을 누구에게 줬을까?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느 날 5학년 4반 영재네 반에 피부가 하얗고 비쩍 마른 몸에 팔다리가 길쭉한 여자아이가 전학 온다. 하늘색 물방울무늬가 있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검은색 머리카락은 작은 얼굴을 베일처럼 가려 신비한 느낌을 준다.




영재는 일곱 살 때 엄마 아빠랑 떨어져서 시골 할머니 집에서 지낸 적이 있다. 할머니네 집 근처에는 산딸기가 많은 숲이 있었다. 여우골인 그곳에서 예전에 마을사람이 여우에게 홀린 적이 있는 숲이다. 그 숲에서 영재는 또래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누렇게 색이 바랜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는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고,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다. 둘은 친구가 되어 함께 산딸기를 따 먹고 계곡에서 고동도 주우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나 둘의 만남은 오래가지 못하고 그 애는 사라진다. 그런데 지금도 가끔 영재의 꿈속에 그 애가 나타난다.




영재는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나서 더럽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서 냄새나고, 공부도 못해서 멍청하다. 그런 영재에게 얼굴도 예쁘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머루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친구가 된다. 하지만 문득문득 머루에게서 일곱 살 적 여우골에서 만난 여자아이가 그려진다.




한편 2학기 회장이 된 머루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반면에 영재는 따돌림을 당하자 그런 영재가 걱정되고 도와주고 싶어 한다. 그러다 알약보다 조금 큰 노란색 구슬을 주게 된다. 그 구슬이 고민을 해결해 줄 거라는 신비한 말을 하면서…… 그 구슬을 먹은 영재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머루의 말처럼 영재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여드름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여드름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만이 아닌 피부도 매끄러워지고 광채까지 난다.




친구들은 더 이상 영재에게 더럽다며 놀리지 않게 되었고, 하나둘 친구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때부터 영재는 머루가 가지고 있는 신비한 구슬을 자꾸 욕심내게 된다. 꼭 구미호이야기에서 남편과 시어머니처럼 행동해서 책 읽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재는 몸에서 나는 땀 냄새 해결과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머루에게 부탁을 하고 구슬을 얻어낸다.




구슬이 영재에게 하나씩 갈 때마다 머루는 아프면서 대신에 영재의 못난 것들을 짊어지게 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머루가 일곱 살 때 여우골에서 만났던 그 여자아이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다. 머루는 일부러 영재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또 놀라운 사실! 머루가 여우라는 사실을 영재가 눈치 채고 말 안 해주길 바라지만 영재는 하고 만다. 그렇게도 애절하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영재는 말하고 만다. 왜 그랬을까? 머루가 자신을 해칠까봐 그랬을까? 아니면 목적달성을 했으니 더 이상 필요가 없어져서일까? 아무튼 영재는 머루에게 잔인하게 굴고 만다.




착하다고 믿었던 영재를 찾아왔지만 영재는 처음 생각과 달리 끝도 없이 욕심을 부리고 목적달성을 하자 이젠 머루를 피한다. 진실한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인간이 될 수 있었는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끊임없이 이용하는 이기적인 인간에게 실망하면서 다시 여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 모든 게 정말 영재의 꿈이었을까? 교실에서 한심하게 졸다 깬 영재는 악몽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꿈에서 만난 그 여자아이가 새로 전학 왔다면 선생님 옆에 서서 영재를 바라보고 웃는다. 그것도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는다. 뒷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이 책을 읽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지만, 정말 앞의 내용들이 꿈이었다면 나의 바람은 영재가 머루의 진실한 친구가 돼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되고 싶은 머루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머루가 여우일까? 혹시 영재의 개꿈이 아닐까? 이것도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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