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삶의 고단함은 마치 지진 피해 탓인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고질적인 문제가아니었던가. 오랜 세월 애써 감춰 온 것이, 땅이 갈라져 땅속이 드러나듯 표면화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주인공들의 대화 중에 후쿠코는 "해일이 덮치는 바람에 모든 게 다변했어"라고 하는데, 도오노는 "그런 건, 지진 피해나 해일과는 관계없지 않나요" 하면서 남존여비 사상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그 말에 우리는 발을 멈추고 숨을 삼킨다. 그렇지, 그날 이전부터 있었지,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설 곳 없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들은 과연 뭘 해야 하는 것일까.
주인공들은 ‘보통 아줌마‘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면서도 손을 마주 잡고 대화를 계속한다. 그리고 슬픔이 분노로변할 때야말로 힘이 솟는다고 하면서 행동을 개시한다. 후 쿠코는 피해 이전부터 갖고 있던 자격증을 살려 일자리를 찾고, 도오노는 지진 피해로 사망한 남편의 ‘좀 더 자신을 가져‘라던 말을 버팀목으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한다.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지금 자신에게 있는 조그만 능력을 최대한 살리고, 힘을 모아 하나하나 헤쳐 나가려는 과정에야말로 우리의 탈출구가 있을 것이다.
그녀들의 선택은 그런 진실을 예감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