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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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도서
열린책들에서 ‘하다’ 시리즈로 총 다섯 편의 앤솔러지를 낼 예정인데, <걷다>가 바로 그 첫 주자다(이 뒤에는 묻다, 보다, 듣다, 안다가 이어질 예정).
<걷다>에는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다섯 작가의 작품이 담겨 있다. 기대했던 성해나 작가님의 작품은 당연히 좋았고, 다른 작품들도 하나같이 여운을 남겼다. 앤솔러지에 편견을 가졌던 게 조금 미안해질 정도;; 서로 의견을 조율하거나 일부러 맞춘 게 아닐 텐데- 각자 ‘걷다’라는 행위를 해석한 방식이 다른 데다가 몇 작품은 이야기가 상상도 못 할 방향으로 흘러가서 작가들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우연인지 엄선인지 알 수 없지만(……) 공들인 앤솔러지라는 감상이 남았다.

▪️김유담 - 없는 셈 치고
고마움, 연민, 의무와 죄책감… 가족과 돌봄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결말에서 박수 쳤다.
📖 20p. 민아가 가진 걸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고모부와 고모가 보호자로서 흠결이 많은 사람들이었지만 나는 그들을 필요 없다고 내칠 수 없었다. 민아가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말을 나는 하지 못했다. 고모의 가족들이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고 할퀴어 대는 틈바구니에서 나는 그중 누구도 쉽게 미워할 수조차 없었다.

▪️성해나 - 후보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지는 작품. 뒤로 걷는다는 것이 결코 퇴보가 아님을… 작품에 등장하는 아티스트의 곡들을 들으며 읽기를 추천한다.
📖 49p. 콘덴서도 체크하고 부품도 고쳐 가며 30년을 쓴 오디오라 이제 보내 줄 때도 되었지만, 근성은 그것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오래된 물건을 어떻게든 고쳐 쓰는 관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근성의 귀에는 고음질보다 저음질이 훨씬 편안했다. 선명함 속에선 받아들일 정보가 많고 그만큼 쉽게 피로해지곤 했다. 뭉개지고 흐리고 자글자글한 세계를 근성은 늘 더 선호했다. 지금의 고민을 잊을 수 있는 희미하지만 부드러운 세계를.

▪️이주혜 - 유월이니까
이주혜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읽어봤는데, 이야기가 독특하게 흘러가서 처음엔 좀 놀랐다.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함.
📖112p. 흔히 운명이라 고 부르는 것, 사실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에 붙인 이명 같은 것일 텐데, 사람들이 자꾸 거기에 기대는 게 놀랍지 않아?

▪️임선우 - 유령개 산책하기
임선우 작가님 특유의 귀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여기서 오열합니다…
📖145p. 나는 최근에 하지와 매일 산책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준은 반가워하면서 유령 개와 산책하는 건 어떤지 물었고,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좋다고 대답했다. 좋기만 한 일 같은 것은 세상에 없는 줄 알았는데, 하지랑 산책하는 일은 정말 그래. 마냥 좋아.

▪️임현 - 느리게 흩어지기
그립다 가도 지긋지긋하고, 혐오스럽다가도 이해하는… 인간관계의 양상에 공감하며 읽었다.
📖187p. 「저기요, 근데 우리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여사님은 모르잖아요, 그 돈이 저 오빠한테 어떤 돈인지. 저 오빠진짜 불쌍한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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