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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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의 원작 소설을 쓴 이정명 작가의 신작 <부서진 여름>. 두 작품 모두 책은 물론이거니와 드라마도 본 적이 없지만, 그 명성은 익히 들은지라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몰입도가 높은 추리 소설이라는 설명 덕에 더욱. 


<부서진 여름>은 돈과 명예를 모두 쥐고 있는, 성공한 화가 한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인구 30만이 안 되는 이산시의 자랑거리다. 초반에 묘사가 된 부분을 보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나중에 꼭 저 사람처럼 돼라’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아내는 자신의 비서 역할을 자처하며 작품 활동 이외의 모든 일들을 처리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조는 역대 최고 낙찰 금액을 받고 아내와 소소하게 자축 파티를 한다. 이 행복이 영원할 것만 같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 이야기는 그 행복이 깨지며 본격적으로 진행이 된다. 한조의 아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화차>같이, 사라진 아내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아내는 의도적으로 한조를 떠난 것이 맞았고, 그 일은 그를 26년 전의 한 살인 사건으로 데려간다. 한조가 사랑했던 여고생, 지수의 죽음. 


이야기는 26년 전의 그 사건을 훑으며, 독자를 혼돈의 카오스로 빠트린다. 사건의 전말이, 범인이 궁금해 계속해서 책장이 넘어가고… 이해할 수 없었던, 한조의 아내에 대한 비밀도 서서히 드러난다.


‘몰입도가 높은 추리 소설’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한 번 든 책을 놓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조금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디서 몇 번은 읽어본 듯한 이야기인 것도 사실이다. 결국 밝혀진 진실은 허무하고, 복수의 이유나 방법도 다소 허술하게 느껴진다.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자세하게 쓸 순 없지만 앞뒤가 안 맞는 구석도 있었다. 다소 찝찝한 결말… 


누군가의 거짓말이, 한 마디가, 오해가, 걷잡을 수 없이 큰 사건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들어 낸다. <부서진 여름>은 그러한 사건을 섬세한 묘사와 문체로 다루고 있다. 특히 사랑, 증오, 그 외의 복잡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묘사해 더욱 처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 


그들이 그토록 오래 침묵을 지켜온 이유는 서로를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진실은 덮어둔다고 사라지지 않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토록 오래 침묵의 내부에서 자라난 거짓이 그들을 파멸시킬 거라는 뒤늦은 깨달음이 밀려왔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을 받았으나, 솔직한 감상을 적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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