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똥과 꼬마 천사 중앙창작동화 12
이미애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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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에도 위아래가 있나? 형님똥이라니... ‘형님똥과 꼬마천사’의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똥 얘기만 나오면 배꼽부터 잡고 보는 우리 두 아들이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형님똥은 어떤 똥을 말하나 하고 물어보니 두꺼운 똥, 끊어지지 않고 싼 긴 똥, 많이 싼 똥 등 재미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그럼 동생 똥은? 토끼 똥처럼 나오는 똥, 가늘게 싼 똥, 물똥... 하여튼 똥 얘기를 하면 어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아이들 세상은 참 단순하기도 오묘하기도 하다.

제목에서 먼저 점수를 따고 읽는 책은 다른 책에 비해 더 재미있게 읽는다. 책이 너무 두껍지도 않고 글자 수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기에 2학년, 3학년인 연년생 울 아들들도 어렵지 않게 읽은 이 책의 내용은 초등학교 2학년 꼬마 형동이가 동생이 태어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없는 짠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늘 엄마 아빠의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자란 형동이는 엄마가 동생을 임신한 후 임신중독으로 고생을 하시면서 어쩔 수 없이 집안일과 형동이를 챙기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자 서운함과 함께 미지의 동생에게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 
 

엄마가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간 날, 준비물도 안 챙겨가 선생님한테 혼나고 늦게 일어나 똥도 못 누고 와 학교에서 똥을 누다 친구들에게 ‘형님똥, 썩은 똥’이라 놀림까지 받는다. 거기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가지고 오실 엄마가 병원에 계시니 집에도 가기 싫어 거리를 배회하다 알지 못하는 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낯선 꼬마를 만나는데, 이 꼬마는 형동이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잘했다 칭찬하고 집까지 쫓아오며 함께 놀자고 귀찮게 한다. 신기한건 이 꼬마가 형동이 눈에만 보인다는 것. 형동이가 챙겨주지 않으면 심심해하고 배고파하는 이 꼬마가 의외로 귀찮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러워지니 참 신기한 일이다. 집에 가야할 시간이라며 데려다 준다고 해도 대장이(?) 꼭 태어나고 싶은 곳일 거라며 미리 보고 오라고 했다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갈 생각을 안 한다.

엄마 아빠가 병원에 가계신 동안 꼬마와 함께 지내며 외롭지 않게 지내던 형동이는 학교 화장실에서 또 똥을 누다 갑자기 꼬마가 가야할 시간이라며 사라져버려 아쉬움을 느낀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동생이 태어났다며 이모가 기다리고 계셔서 병원에 가보니 빨갛고 주름투성이인 아기가 엄마 품에 있었다. 갑자기 뭔가 짚이는 게 있어 엄마에게 아기가 태어난 시간이 언제인지를 묻고, 그 시간이 바로 꼬마가 사라진 시간과 일치한 것을 알게 되자 형동이는 동생이 태어나는 걸 싫어하는 자신 때문에 일부러 꼬마천사가 다녀간 것을 느끼고 동생을 잘 돌보는 오빠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향하던 관심이 분산되면 누구나 혼란스런 슬픔을 경험할 것이다. 이건 아이들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새로운 인연이 자신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사랑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따뜻한 동화였다. 형동이와 꼬마천사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우리 두 아들 녀석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은연중에 느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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