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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맨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 이후 15년 만에 나온 얀 마텔의 장편소설 『포르투갈의 높은 산』. 신과 믿음, 절망 속 희망, 진실과 허구에 대한 고찰을 몰입감 있는 이야기 속에 풀어냈던 『파이 이야기』를 읽고 난 후라, 이번 책은 또 어떨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파이 이야기』가 광활한 대양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한 소년의 처절함과 그 너머의 믿음, 성장과 모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1904년부터 1981년까지 포르투갈과 캐나다를 배경으로 하여 각기 다른 시대 속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 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신비로운 이야기로 펼쳐지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집을 잃다', 2부 '집으로', 3부 '집' 을 소제목으로 하여 각각 다른 개별적인 이야기들로 펼쳐지는 듯 하나, 공통된 단어 '집'이 보여주듯, 그 이야기들은 하나의 방향을 향해 서로 연결되어 우리를 몽환적이고 놀라운 세계로 인도한다.
1부 '집을 잃다'는 1904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1주일만에 사랑하는 여인과 아들, 그리고 아버지를 잃게 된 토마스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그 때부터 신에 대한 반발심으로 뒤로 걷기 시작했고 신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삶에 대한 슬픔과 절망, 상실과 고독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포르투갈 높은 산으로 향한다.
2부 '집으로'는 1938년 포르투갈 높은 산 근처, 병리학자 에우제비우의 이야기다. 어느 날 밤 늦게까지 부검을 하고 있던 그에게 두명의 여인이 찾아온다. 한명은 그가 사랑하는 아내 마리아, 그리고 다른 한명은 그에게 자신의 남편 부검을 부탁하러온 마리아라는 여인. 그들간의 대화는 낯설고 신비롭고 때론 미스테리하지만 2부는 얀 마텔만의 주제의식을 담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3부 '집'은 1981년 캐나다, 아내를 잃고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 속에서 고독과 상실감에 시달리던 의원 피터는 미국 한 유인원 연구소에서 만난 침팬지 오도에게 끌리게 되고 캐나다에 그가 이루었던 모든 것을 뒤로 한채 오도와 함께 포르투갈 높은 산으로 향한다. 낯선 언어, 척박한 삶, 그 어떤 쫓김도 없이 자연의 시간을 따라 살아가는 삶 속에서 그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파이 이야기』에 이어 그는 계속해서 신과 믿음, 삶과 죽음, 허구와 진실, 인간 존재 등에 관한 심도 깊은 주제들을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전해 주었고 그것을 받은 독자에 의해 이 책은 새롭고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탄생하게 된다.
책을 쭉 읽으며, '아, 역시 얀 마텔..' 이라 생각할만큼, 처음엔 낯설고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더 깊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책 속에서 발견해낼 수 있다는 것들이 참 좋았고, 다시 한번 작가의 재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재능이 참 부러웠고 그의 다른 소설들도 더욱 궁금해졌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