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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영혼들
알리사 가니에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열아홉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러시아 소설은 오랜만입니다. 고전으로 유명한 러시아 소설은 사실 읽을 때마다 등장인물들의 긴 이름이 진입 장벽이 되어 쉽게 집게 되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책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로 워낙 좋아하는 장르고 내용도 흥미진진해 쉽게 읽혔던 책인 것 같습니다.
첫 시작부터 강렬합니다.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든 남자 그리고 어영부영 그를 태우고 가던 니콜라이. 하지만 그때부터 사건은 시작합니다. 태웠던 남자를 내리도록 차 문을 여는 순간 그는 사망하게 되고 니콜라이는 차가운 물웅덩이 속에 그를 버려두고 차를 몰고 가버립니다. 이 사건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엽니다.
여기서 갑자기 그가 왜 죽었을까, 그는 누구일까 호기심이 상승하며 완전히 책 속으로 빠져듭니다.
죽은 남자가 주 장관임을 텔레비전을 통해 깨닫게 된 니콜라이는 자신이 그 사건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남들이 알까 하는 두려움에 떨지만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주 장관과 내연의 관계에 있던 니콜라이의 상사 세묘노바, 그리고 주 장관의 아내, 거기다 주 장관의 비서까지. 여러 여자들이 서로 얽히고 그 사이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수사관과 검찰까지.
세묘노바는 그의 죽음으로 자신의 사업에 입을 타격을 더 걱정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데요. 검사는 그녀에게 접근하여 그동안 부당하게 얻은 수익들과 부동산에 관해 같이 이익을 나눌 것을 주장합니다.
또한 주 장관의 아내는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내연녀였던 세묘노바에 대한 분노로 더 흥분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심스러운 일들을 집안의 가정부를 의심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를 밀고하며 그들은 서로를 망가트리려고 합니다.
아마도 이 책의 핵심 단어는 '밀고'가 아닐까 합니다.
밀고의 사전적 의미는 '남몰래 넌지시 일러 받침'이라는 뜻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마도 남몰래가 아닐까 합니다. 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고를 합니다. 밀고를 전달하며 그들의 상처도 같이 전달되어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구 소련이 붕괴되고 이념의 갈등이 아직 남아있던 러시아.
커다란 대륙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합니다.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인지, 나쁜 사람 가운데서 가장 나쁜 사람을 찾으라는 책 소개 글의 커다란 글씨가 그들의 상처를 더욱 크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