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1
로라 바카로 시거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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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곰 한 마리와 작은 토끼 한 마리. 책 속의 표지에 자리한 두 주인공의 모습은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 두 주인공의 모습은 어쩐지 익숙하다. 왜? 하고 잔뜩 궁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아주 작은 존재와 그 모습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곰의 모습은 마치 어른과 아이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작은 토끼는 궁금한 게 참 많다. ‘왜 그래?’, ‘왜 이걸로 봐?’, ‘왜 이러는 거야?’. 토끼의 끊임없는 질문에도 곰은 아주 다정하게 대답해준다. ‘꽃들이 자라려면 물이 필요하거든.’, ‘별들은 아주 멀리 있잖아.’ 곰은 자신이 경험한 자연의 이치를 아주 쉽고 따뜻하게 설명한다. 토끼에겐 세상이 궁금한 것,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곰에겐 이미 겪은 것, 알게 된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곰은 토끼가 이 자연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부터 밤하늘 높이 떠오르는 별을 바라보고, 꿀을 따 먹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는 순간까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말이다. 곰과 토끼를 둘러싼 자연의 변화는 곰과 토끼가 함께한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하지만 곰이라고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토끼의 끊임없는 질문에 곰은 결국 ‘나도 몰라.’ 하고 대답하게 된다. 토끼의 질문에 대답해주지 못한 곰은 결국 뒤를 돌아 터벅터벅 자신의 동굴을 향해 걷는다. 겨울이 온 것이다. 곰은 자연의 이치대로 자신의 동굴을 향해 걷는다. 철새들이 따뜻한 동네를 찾아 떠나는 계절. 곰은 겨울잠을 자야 한다. 그저 자연의 이치를 따라 행동하는 곰이지만, 토끼는 그런 곰에게 황급히 외친다. ‘가지 마!’ 곰은 그런 토끼에게 처음으로 묻는다.

“왜?”

곰의 ‘왜?’라는 질문에 처음으로 대답을 해 주는 토끼. 그런 토끼의 대답을 듣노라면 한 계절이 지나도록 끊임없이 곰을 향해 질문한 토끼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네가 보고 싶을 테니까.’ 이 대답처럼 토끼의 마음을 대변하는 문장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하루 대부분을 아이들과 지낸다.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집에서는 어린 아들과 함께하니 거의 온종일을 아이들과 함께한다. 그래서인지 참 많은 질문을 받는다. ‘왜 그래요?’, ‘이건 뭐예요?’, ‘왜요?’ 질문의 홍수에 빠져 가끔은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그래도 질문을 받을 땐 기쁘다. 아이들은 책 속의 토끼와 같은 마음이니 말이다.

아이들의 질문은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이다. 아직 세상에는 아이들이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많고, 자연스레 궁금증도 많아진다. 아이들은 자신의 궁금함을,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 묻는다. 나를 향한 아이들의 질문이 자꾸 많아진다는 것은, 아이가 내게 자신을 표현하고 관심을 보인다는 것과 같다. 질문은 대화를 이끌고, 대화는 서로를 알아가게 한다. 대화가 지속할 때, 둘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그림책 ‘왜’는 아이들과 함께 읽었을 때 더 좋은 그림책이다. 토끼와 같은 마음이기에, 아이들은 토끼가 자꾸 ‘왜?’ 하고 질문을 던지는지 알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우리 어른들은 곰처럼 대응해주자. 화내지 않고, 따뜻한 언어로 아이의 질문에 차분히 응해주는 일. 참 쉽지만, 참 지속하기 어려운 그 일을 말이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성장하는 아이들이 언젠간 나의 ‘왜?’라는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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