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우리아빠의 절대! 안 완벽한 비밀 11 바둑이 초등 저학년 그림책 시리즈 5
노에 까를랑 지음, 호넝 바델 그림,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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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아빠는 언제나 나에겐 완벽했다. 항상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었다. 언제나 듬직하고 다정한 우리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된 지금도 든든한 버팀목이자 등대같은 존재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보니 나는 그닥 우리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인 것 같진 않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나서 부모님을 향한 시선이 더욱 달라졌다. 지금의 나보다 더 어렸던 나의 엄마, 아빠. 두 사람은 어떻게 나를, 또 내 동생들을 키워내셨을까.

책 속 주인공의 아빠는 제목과는 달리 실수 연발에 아이에게 하는 말과 다른 모습만 보여준다. 가구 조립의 달인이라며 큰소리를 뻥뻥 치면서 만들어낸 가구는 엉성하고, 볼품이 없다. 유명 요리사들처럼 요리를 잘 하는 것 처럼 말하고 난 뒤 아이에게 내미는 요리는 겨우 계란후라이 하나 뿐이다. (게다가 부엌은 엉망 징창!)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어른들에게 들어보았을 번 한 좋은 이야기들을 아이에게 말하고 있지만, 정작 그걸 말하는 아빠의 모습은 정 반대이다. 아이 앞에서만 당당하고, 무엇이든 잘하는 '척'인 것이다. 하긴, 그 어떤 부모가 아이 앞에서 실수투성이에 엉망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은 따뜻하다. 아빠가 실수를 연발해도 그 모습에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아빠의 곁에 가까이 붙어 있고, 아빠의 일을 끝까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나는 그런 아이의 심정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그건 흡사 어린 시절 내가 부모님을 향하는 그 눈빛이었다. 아빠가 실수 연발을 하더라도, 아이의 눈에선 아빠는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멋진 모습으로 보이고 있을것이다.

아이에 눈에 절대 안 완벽한 아빠가 완벽한 아빠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장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바로 사랑. 사랑이 기반된 부모의 모든 행동은 아이에게 완벽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같이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고, 무언가를 만드며, 책을 골라주는 아빠.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와 무언가를 함께 해 나가며,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그 모습들에서 아이는 아빠를 향한 존경과 사랑을 배운다.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아이에겐 최고의 사랑이며, 이런 사랑은 아이의 눈에 완벽한 콩깍지를 씌운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도 그 시절엔, 지금의 나만큼 실수 연발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우리 부모님을 완벽하다고 기억하는 건, 그 시절 부모님이 내게 해주신 모든 일이 사랑에서 비롯되어 있기 때문일거다.

이 책은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보여주지만, 나는 이 책이 결코 아빠와 아이 둘 만의 모습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나는 아빠를 보았고, 엄마도 보았으며 아이를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았다.

책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다. 한 폭의 그림같은 책의 첫 장과 마지막 장 모습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그 자체일 것이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과, 그 사랑을 받는 아이의 행복한 모습은 보는 이를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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