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the Crawdads Sing (Hardcover) - '가재가 노래하는 곳' 원서
델리아 오웬스 / Putnam Pub Group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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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한 책을 끝까지 보는걸 잘 못하는 나는, 아주 전부터 책 서너권을 한번에 보는 습관이 있다. 책 읽는 시간이 많았던 예전엔 주로 서너권의 소설을 동시에 보곤 했지만, 직장인이 되고 육아를 시작하다보니 점차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비소설 류를 찾아 읽곤 했다. 소설은 책을 읽는 텀이 길어지면 스토리가 끊기고 자꾸 헤맸다. 그래서 그런지 점점 소설을 읽는 텀이 길어졌다.


내 스스로 소설책을 산 적이 언제더라 고민할 정도로 근래에는 소설을 멀리했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이라는 책을 알게 됐다.


4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에 처음엔 걱정이 컸다. 완독을 잘 못하는데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다. 책장을 넘겨 몇 장 읽어내리는 순간 느낌이 왔다. 나는 이 책을 빠른 시일내에 끝까지 다 읽을 수 있겠다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다. 정말 너무 재밌다. 입소문을 타고 30주 넘게 아마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게 이해가 됐다. 책을 넘기기 전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문장이었다. 어느 책들에나 있을법한 광고문구겠거니 생각하며 넘겼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무서운 입소문을 탈만 했다. 책장을 끝까지 넘기면서 이 책의 정식 발매본이 나온다면 책 선물을 돌려야겠다 생각했다. 오랜만에 책을 보며 남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떤 소설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카야라는 버려진 소녀가 꿋꿋하게 성장해나가며 자라나는 이야기이도 하고, 카야와 테이트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는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자연 생태계만의 이야기도 있다. 게다가 치밀한 미스테리 법정 소설이다.


카야의 모든 가족이 떠나 아주 어린 소녀가 홀로 습지에서 남게 됐을때부터 나는 카야가 안쓰러워 어쩔줄 몰랐다. 기특하게도 생활에 적응해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초반부터 캐릭터의 매력에 빠졌다.


소녀가 성장해서 겪는 사랑의 감정은 어떤가. 첫사랑의 감정을 카야의 목소리로 함께 느꼈다. 남자 주인공과의 이별에 안타까워하고 걱정하고, 함께 슬퍼했다.


작가는 또 어찌나 궁금하게 풀리지 않은 사건을 초반부터 잘 이끌어가는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오가며 범인 찾기에 몰두했다. 보통의 책이면 후반부쯤 슬슬 범인이 누구인지 감이 오기 마련인데, 나는 결국 책 마지막까지 감도 못잡았다. 치밀하고 잘 짜여진 이야기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습지. 습지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습지의 생활이 어떤건지 감도 못잡는 나이지만 너무나 생생하고 자세한 묘사에 낯섬도 거부감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나도 함께 카야의 오두막 근처에 배를 띄우고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너무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줄어드는 책장이 아쉬웠다.


두고두고 간직할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고마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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