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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평점 :
#간단후쿠 #김숨 #민음사 #광고 #도서협찬
(해시태그가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걸 알지만, 이상하게 포기할 수 없드아..🫠)
김숨 작가님의 소설 『간단후쿠』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민음북클럽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책인데요.
따스한 봄 같은 느낌을 담은 표지와는 달리 소설은 매우 어둡습니다.
일단 책 제목의 뜻을 알면 마음이 가라앉을 거예요.
책의 제목인 ‘간단후쿠’는 위안소에서 위안부들이 입고 생활한 원피스식 옷을 부르던 말입니다.
『간단후쿠』는 만주의 스즈랑이라는 위안소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요코’와 9명의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소녀들은 바늘 공장, 실 공장, 비단 공장, 신발 공장 등 제각각 다른 공장에 취직하는 줄 알거나, 쥐도새도 모르게 납치당해 스즈랑에 붙들린 신세가 되죠.
소설의 화자인 요코는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스즈랑에서의 삶을 무미건조하게 말합니다.
요코의 입을 통해 한 공간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 채 반복되는 나날들을 듣고 있으면 따분할 듯 하지만, 요코와 소녀들이 겪는 참상을 지켜보는 건 숨이 턱턱 막히다 못해 울화가 치밀어요.
김숨 작가님은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예민한 주제를 소설을 통해 담담히 시를 쓰듯 풀어냅니다.
해질녘이면 지평선 너머에서 몰려오는 군인들과 돌림노래를 부르는 소녀들이라니…
명확하고 상세한 묘사는 없는데도, 소녀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김숨 작가님의 시적 표현이 제 마음을 더 아리게 하더라구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먹먹해서, 이야기가 빨리 끝이 나길 바랐어요.
소설의 끝을 보면 소녀들의 고통을 더 이상 안 봐도 되니까요.
막상 책을 완독한 지금, 홀가분하거나 후련한 마음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역사 속에 기록되어 있는 실재하는 이야기라서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과거라는 이유로, 혹은 똑같은 일이 반복될리 없다는 우매한 믿음으로 등등 역사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과거를 무작정 덮어둔다고 없던 일이 되거나, 아픔과 슬픔이 희미해지지 않아요.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어보이지만, 과거를 재편집한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제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간단후쿠』를 읽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걸로, 오늘의 제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읽고 또 읽고 기억하는 나날들을 보냅시다!
✏[️오늘의문장_mia]
🔖 “간단후쿠를 입고, 나는 간단후쿠가 된다.
아니다. 내가 간단후쿠를 입는 것이 아니라 간단후쿠가 나를 입는 것이다. 간단후쿠를 입는 것은 간단후쿠로 되돌아가 는 것이니까.” (7p.)
🔖 “영혼들은 일본 여자 이름을 가졌지만 아유미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떡을 먹고 싶어 한다.” (127p.)
🔖 “영혼들은 때로는 아유미가 아니라 간단후쿠에 붙어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유미가 다른 간단후쿠로 갈아입으면, 영혼들은 갈아입은 간단후쿠로 옮겨간다.” (129p.)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문장이 많아서 나머지는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