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월18일은 이스라엘인들에게 각별한 의미의 기념일이다. 바로 제 2차 세계대전때 나치 독일 정권이 유럽계 유대인들을 제도적으로 탄압하고 조직적으로 학살한 사건인 홀로코스트를 기념하는 날이다. 홀로코스트 기념일 아침 사이렌이 울리면 모든 유대인들이 묵념을 한다. 그리고 아직도 독일은 이 사건으로 이스라엘에 매년 사과를 하고 있고 어마어마한 돈을 보내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과 그 가족에게 보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홀로코스트 희생자 중 한 명이 바로 내가 방금 읽은 책의 저자인 안네 프랑크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안네의 일기"를 읽어보거나 그 내용에 관해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나도 어릴 때 읽었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유대인 탄압을 피해 숨어지내다가 결국 잡혀서 수용소 생활을 하다가 죽은 소녀로 기억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읽고 싶고 내 아이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찾던 중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을 정말 안 읽는 아이들도 쉽게 책을 가까이하게 만든다는 그래픽 노블이었다. 그런데 이 일기가 그래픽 노블로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안네의 일기"는 전쟁의 기록이 아니라 재난과 절망 가운데서도 생을 향한 의지가 담겨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매우 간결하면서도 세밀하게 표현한 문학 작품이었고 내용 또한 꽤 방대해서 그래픽 노블로 표현하기에는 일기 내용을 다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각색을 한 아리 폴만 작가와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작가는 그것을 해내었다.

일기를 전부 포함할 수 없기에 많은 부분이 통합되어야 했다.

안네는 처음 8일 동안 일기 네 편을 완성했는데, 그래픽 노블에선 열 쪽 분량으로 담아냈다. (중략)

점점 더 가혹해지는 나치 법령 때문에 유대인들, 특히 프랑크 일가의 열악해진 상황도 독자에게 소개했다.

- 154쪽 / 아리 폴만


   아이가 책 표지를 보고는 살짝 무섭게 느껴진다고 했다. 안네의 얼굴이 눈은 퀭하면서도 약간 미소를 띄고 있는데 눈을 너무 크게 그려놓아서인지 모르겠다. 물론 책을 보면서 주인공인 안네가 겪고 느끼는 모든 상황들과 감정들을 얼굴에 세밀하게 담아내기 위해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그려놓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한창 사춘기로 접어드는 소녀에게 생일 선물로 들어온 일기장, 그 일기장을 보며 처음으로 진정한 친구가 생겼다고 느끼고 '키티'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그 일기장에 속마음을 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표현에서는 요즘 그 또래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의 삶과 비교해서 안네의 삶을 읽어내려니 그 삶에 연민이 느껴지고 가슴이 아렸다.


  안네는 가혹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일기를 씀으로써 온전히 삶을 살아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유머감각과 비꼬는 태도로 일기를 쓰기도 하고, 나름의 성숙한 시각으로 주변을 들여다보며 삶을 계속 이어나간다. 전쟁의 상황 속 탄압 당하는 유대인들의 처참한 상황들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사춘기 소녀의 마음의 흐름과 그 일상 등도 삽화로 잘 표현해서 독자들에게 잘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픽 노블이라 안네가 쓴 수려한 문장들을 어떻게 표현해 낼 것인가 궁금했었는데 각색자도 그 부분은 도저히 삽화로 대체할 수 없어서 긴 구절을 그대로 싣기도 하고 마지막에 실린 일기에는 자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길을 찾아내려는 안네의 모습을 삽화로 그려내었다.

사랑하는 키티에게,

저번에 '모순덩어리'라는 말로 끝맺었으니 오늘은 그 말로 시작할까 해. 넌 '모순덩어리'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니? '모순'은 뭘까? 다른 여러 단어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어. 바깥쪽에서 본 모순과 안쪽에서 본 모순. 전자는 타인의 의견을 거부하고 뭐든 아는 척하고 주제넘게 나서는 측면, 즉 평소의 안네가 보이는 불쾌한 성향을 뜻하는 거야. 후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 즉 나만 아는 비밀이야. 전에도 여러 번 말했다시피 내게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 

(중략)

하지만 내 평소 모습을 아는 사람들이 나한테 다른 측면이, 더 멋지고 괜찮은 측면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까 봐 두려워. 사람들이 비웃을까봐 두렵고, 터무니없이 감상적이라고 비난할까봐 두렵고, 진지하게 대해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그래서 괜찮은 안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중략)

솔직히 말하면, 겉으론 멀쩡한 척해도 속으론 상처를 받아서 어떻게든 나를 변화시켜보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어. 유감스럽게도 나는 매번 더 강력한 적을 상대해야 해. 그때마다 내 안에서 흐느끼는 목소리가 울려.

(중략)

150쪽 / 1944년 8월 1일 화요일 마지막 일기 중에서

  이 일기는 단순히 전쟁의 기록이 아니었고 그저 사춘기 소녀의 글이 아니었다. 굉장히 성숙한 자아로 성장하면서 써내려간 글들은 세상을 서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유머와 냉소를 오가는데 정말이지 왜 이 책이 문학적 가치로도 높이 평가받는지 알 수 있었다.

  암흑과 절망 속에서도 생을 향한 소녀의 의지와 그 소녀가 전해주는 마음을 고스란히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다.


  "내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할 거야."

* 이는 네이버 미자모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