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미술관 -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
김태권 지음 / 창비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편한 미술관 _ 김태권

‘불편한 미술관’은 책의 첫 구절에서 전체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근데 그 문구가 듣기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불편한 미술관인 것처럼 말이다.

“인권문제에 있어서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이다”

스스로 착하고 바른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해자란 말을 들으면 발끈할 것이다. 아무리 잠재적이라고 해도 말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강남역에서 여성들이 시위를 하였을 때 일부 남성들이 ‘남성들 모두를 잠재적 가해자로 모는 시위에 반대한다’고 외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남성들은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로 모는 여성들이 많이 불편했던가 보다. 그러나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의 불안에 대해 조금만이라도 공감한다면 그런 주장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김태권 작가의 ‘불편한 미술관’은 다양한 주제들로 표현된 미술작품들을 통해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난민, 성폭력, 제노사이드, 강제구금, 표현의 자유 등의 인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소재로 미술을 사용한 만큼 그림에 대한 친절한 해설도 곁들이고 있다.

주제 하나 하나가 몇 권의 책으로도 부족한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 책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듯이 가볍게 서술한다. 다만 책이 제시하는 문제의식만은 가볍지 않다. 우리가 모두 동의하는 인권문제가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문제로 다가왔을 때 얼마나 많은 딜레마에 빠지는지 책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혐오와 풍자의 경계문제 부터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를 허락할 것인지, 여성혐오와 인종주의를 결합한 정치선동 등 다양한 현실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책을 다 읽은 후 불편함의 작은 불씨가 마음에 남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한다. 아마도 이런 불편함이 자신의 인권감수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미술작품을 통해 인권을 이야기한 저자의 시도는 성공한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