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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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결이 다른 얘기지만, 주인공에게 나타나는 유령은 꿈 속에서 깊은 시간을 함께 살았다가 깨면 사라져있는 존재 같다.
이런 꿈을 몇 차례 꾼 적이 있고, 깨고 나서는 실제 이별을 맞닥뜨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 꿈속 존재는 실재였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않다면, 이 생생한 상실감은 무엇인가.
그래서인지 내겐 하레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성에 관한) 꿈을 깨고 난 후 느끼곤 했던 이성애적/나르시시즘적 안타까움과 구분이 어렵다.
하레이는 자아/자의식에 대한 메타포 같다. 스스로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지만 자아/자의식이란 것이 애초에 없는 것처럼 그녀의 존재는 환영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그래서 하레이가, 존재기반이 없는 존재가, 제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괴로워할 때, 이를 목격하는 우리 의식은 하레이가 아니라 제 실제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내가/자아가 어떻게 없는가. 이 질문에도 그것은 제 존재를 드러내고 마는데. 아마도 우리는 자신에 대한 연민을 끝내 버릴 수 없고, 이 경쟁적인 자기증명의 무한굴레를 마침내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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