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당신의 마음을 상상할 수 없다.
저 얼굴의 안쪽에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마음에는 무수한 시공간과 관계와 또 당신이라 할 만한 것들이 한데 엉켜 직조된, 고유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것이 '마음의 역사'일 것이다. 이 한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는 일의 중요성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또 쉽게 잊는가.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상상하지 않는다. 내 마음을 연장해 가공의 당신을 만든다. 그러니 그가 자신을 드러낼 때, 그가 그의 마음을 온전히 보이는 드문 순간에, 우리는 당황할 뿐이다. '대체 왜 그래. 이건 너 답지 않잖아'라며.
어떤 소설은 그 마음들을 복기하려는 간절한 시도다. 그래서 당신 앞의 그가, 당신이 무수히 스쳐 지나간 또 다른 그가, 복잡하고 고유한 무늬를 가졌다고 알려준다. 섬세하고 조곤조곤하고 웃기고 때로는 울리는, 수천 개의 발이 달린 다정한 문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