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
김진송 지음 / 난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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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나무 위에 오르는 사람, 나무를 베어 그 안에서 안식을 취할 공간을 만드는 사람, 숲을 오르는 사람. 나무로 만들어진 종이에 천착하는 사람 등 각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어떻게든 나무와 연결되어 있다. 목수가 쓴 소설이라 그런가. 선입견일지 모르는 생각을 하면서 자꾸만 그의 직업과 소설을 연결지어 읽어갔다. 그가 나무를 보는 시선을 배우려는 듯이.

수록작 '달팽이를 사랑한 남자' 나 '종이 아이'는 생각지도 못하게 관능적이어서 놀랐는데, 나무와 종이의 감촉 묘사가 생생해서 기억에 남는다. 서사와는 상관없이 인상적이었던 숲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나무들은 수많은 곁가지를 만든다. 실상 쓸모가 없어 떨어뜨릴 가지를 열심히 만드는 이유는 나중에 어떤 가지가 햇빛을 받는 데 요긴하게 쓰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필요 없다고 판명이 난 곁가지들은 나뭇잎처럼 때가 되면 떨어지고 만다."(p.57, 달팽이를 사랑한 남자)

시간을 거스르고, 짝수를 잃은 세상에서 혼란스러워하고, 고분을 파헤치고... 과학 소설 같기도 한 이 소설을 뭐라 정의내려야할지 모르겠다. 다만 폭력과 문명의 이기에 윤리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이야기가 모여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덧. 책이 참 탄탄하게 만들어졌는데 특히 책등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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