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유품정리인 저자가 고독사 현장을 마주하면서 고독사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안한 것이 현장을 담은 미니어쳐였다.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뉴스를 보더라도 ‘사후 발견이 늦어 부폐가 진행된 상태였다’라고만 표기되어 있고 실제 현장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고독사 문제를 얘기하기 위해 현장사진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충격을 줄 수 있고 고인과 유족에게 피해를 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의 특징을 미니어쳐로 담아내였다. 현재까지 완성한 미니어쳐는 9개로 책에는 8개가 담겨 있다.

특정 인물과 장소가 아닌 일부를 변형한 형태로 현장의 특성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였다. 사진이 아닌 미니어쳐지만 부패된 흔적과 체액과 혈흔 등 남겨진 흔적들에 충격을 받았다.

고인이 살았던 마지막 공간은 숨이 붙어 있던 그 순간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유품 정리 현장에서는 여러모습을 볼 수 있는데 고인과 사이가 안 좋아 유품을 모두 처분해달라고 하거나 책임을 전이하는 모습, 고인과의 친분이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지만 귀중품만을 챙기는 인간의 악랄한 이면을 보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어떤 현장은 유품 정리 의뢰를 받아 방문하였는데 욕실에서 고독사 한 흔적을 발견하였다. 언뜻보긴 깔끔해 보였다. 의뢰인의 아들이 직접 현장을 치웠다고 하는데 가족이라도 충격으로 인해 유족이 직접 나서기는 어려운데 어떤 심정으로 정리했을까....

✏️ “오직 어머니만이 저를 이해해 주셨지요”
아드님의 한마디가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

책이 두껍진 않았지만 책장을 넘기는게 편치 않았다. 나 역시 유품 정리를 하면서 감정 정리가 고통스러웠다. ‘엄마의 시간은 멈췄는데, 나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장례를 치른 후 내가 처음으로 적은 기록이다. 시간이 멈춘 공간에서 나만 갈피를 잃고 헤매고 있는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고인의 삶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소재 삼아 함께 정리에 나선 유족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고인의 집에서 나와 유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그 순간뿐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삶의 끝엔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 죽음이 덜 외롭게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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