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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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그가 보여준 이미지는 날카롭고 날서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이야기의 핵심을 세밀하게 긁어내는 뾰족한 바늘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전작은 읽어봐야지 하며 미뤘었고, 두번째 에세이를 통해 담담한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고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 그렇지만 실제로 고통을 겪은 이 앞에서 이런 언사는 실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통이란 계량화되지 않고 비교할 수 없으며 천 명에게 천 가지의 천장과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 사회불균형과 평균적인 괘도의 삶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고 우울하던 시기가 있었다. ‘남들처럼살기 위해서 나는 발버둥쳤다. 그러다 고장나버렸다. 폭풍전야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허지웅의 언어는 전보다 유연하고 단단해져있었다. 그의 고집스러운 단단함이 불편한 적도 있었지만 부러질 것 같지 않던 기둥이 좋았다. 지금의 그는 단단하고 삶의 무게를 내려놓은 듯하다.

 

같은 문장을 몇번을 반복해서 읽고 책에 표기를 싫어하지만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치며 반복하여 읽었다. 그의 문장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무언가를 깨닫는 데는 늘 큰 비용이 든다. 무려 암에 걸리고서야 그걸 알았냐고. 그러게 말이다.’

 

그러게 말이야 몸이 망가진 후에야 마음도 망가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에게 고민상담을 하는 사람들, 그들도 누군가에게 터놓고 싶어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얘길 하겠지. 자신의 고민을 타인에게 하는 것은 일면식 없는 사람이지만 그가 나보다는 혜안을 가진 것 같아서 더 넓은 시각으로 나의 문제를 알아 줄 것 같아서 기대고 싶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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