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시티 1 - 하드 굿바이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Frank Miller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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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도, 권력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씬시티의 남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은 바로 사랑이다. ‘하드 굿바이’의 마브 역시 마찬가지다. 씬시티 시민들의 피라미드 모형이 있다면 단연 바닥 중에서도 바닥인 이 남자는 험상궂은 외모에 사건을 몰고 다니는 싸움꾼이다. 밑바닥 인생으로 끝까지 치열하게 살아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운하게도 1권에서 죽어버리고 만다.(그러나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 간간히 등장하니 아쉬운 대로 그를 계속 만날 수는 있다.) 마브가 죽은 이유는 단 한번 그와 사랑을 나누었던 골디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사실 사랑을 나누었다는 표현보다 마브 혼자 사랑을 바쳤다고 하는 편이 맞다. 그녀는 살기 위해 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브는 하룻밤을 함께한 여자를 위해 인생을 건다.

씬시티는 말 그대로 범죄도시다. 법이 아니라 힘이 지배하는 도시의 빛나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마브가 골디의 복수를 위해 대적해야 할 상대는 바로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계략을 짜지도 않고, 다른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지도 않는다. 오로지 맨몸으로 그들에게 부딪친다. 그것이 그가 알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남자들이 씬시티의 주인공이다. 맨몸으로 맞서고, 여자를 지키고, 사랑에 목숨 거는 이들은 남자라면 한번쯤 꿈꾸어 볼만한 판타지들을 흑백도시 안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이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속 한구석이 짜릿해진다. 그들에게 망설임은 없다. 정말로 생각한대로 한다.

‘씬시티’를 얘기하면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프랭크 밀러의 독특한 그림이다. 한 컷 한 컷이 그대로 작품이 되는 정교하면서도 대담한 그림들은 인쇄되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매체들보다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마브가 비를 맞고 서있는 장면은 이 만화의 백미다. 쏟아지는 비와 바람이 어느 정도인지 아마도 그 그림을 본 사람들이라면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강한 콘트라스트 때문에 처음엔 형태가 분명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그럴 땐 책을 잡고 있던 팔을 곧게 피면 된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금방 알 수 있다는 사실.

잔인하다. 미국적이다. 그러나 분명히 볼만한 책이다. 책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지 않나. 한번쯤은 괜찮다. 이곳은 씬시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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