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모험
신순화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린 시절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지방 한 소도시에서 살았다.

외곽이라 말해도 되지만, 도시에 살던 친척들은 우리 집 얘기를 할 때마다 시골이라고 표현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표현이 적합한 곳이니 어쩌면 시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런 우리 동네에는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아파트라고 말할 수 있는 건물은 몇 채가 되지 않아서였는지 어린 시절 나는 아파트에 사는 것을 동경했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후 나는 처음으로 아파트라는 곳에서 살게 되었고, 그 편안함에 취하고 말았다.

겨울이 되어도 춥지 않은 곳, 여름이 되어도 온갖 벌레를 만나지 않는 곳. 그곳이 바로 아파트였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주택에서 살았던 삶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땅에 떨어져 은은하게 번지는 흙냄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던 남편에게 이런 얘길 했더니 남편은 내게 노년에 우리도 시골로 돌아가 집을 짓고 살자고 말했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의 로망은 한적한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것이 되었다.

 

 

나의 이런 마음을 더 설레한 것은 최근에 읽게 된 <집이라는 모험>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이 책의 저자는 세 아이와 함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마음을 흔들어 놓는 집을 보고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일월에 이사를 하게 되었고, 겨우내 오들오들 떨면서 주택에 이사 온 것을 실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택에 살고 있음을 계속 인식시켜주는 또 다른 존재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벌레다. 세상에 있는 벌레란 벌레는 다 본 것 같은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자보다 앞서 했던 내가 한 경험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주택에 사는 것이 행복해 보인다. 이번에도 나는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고,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주택에 사는 것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아파트에서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어두운 밤 가로등에 비친 눈 오는 풍경이었다. 눈이 마치 비 오듯 쏟아지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나는 저자와 같은 장소에 있진 않지만, 그 모습이 얼마나 운치 있는지 알기에 그저 저자가 부러웠다.

또 하나 마음이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저자의 배려심 넘치는 모습이었다.

언덕 위에 있는 저자의 집에 찾아오는 택배기사, 가스검침원, 우체부, 배달원을 걱정하는 마음은 내가 평소에 생각지도 못 한 부분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일상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에 기대왔는지 주택으로 이사 온 후 알게 되었다는 부분이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히 주택에 살고 있는 어느 가족의 삶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집을 바꾸고, 누군가의 인생과 가치관이 달라졌고, 그 속에서 얻은 지혜를 나누는 값진 경험담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