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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평점 :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항상 자연과 함께였다.
봄이면 친구들과 쑥을 캐러 다니고,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았으며 가을과 겨울은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 낙엽을 줍고, 눈을 굴리며 놀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놀이가 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나도 사교육이라는 것을 받았는데 바로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것이었다.
지금과 달리 때가 되면 남자아이들은 태권도장으로 여자아이들은 피아노 학원으로 가던 때라 교육이라기 보다 나는 피아노 학원을 친구와 거의 놀기 삼아 다녔다.
그랬으니 선생님이 주문하는 연습량을 거짓으로 다 채웠다고 하고, 피아노 학원에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튀어나오거나 아예 학원을 빼먹는 날도 종종 있었다.
그랬던 내가 시간이 흘러 배우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피아노가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가끔 주변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그래서 더 반갑다.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는 제목부터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녔지만, 잘하지 못할 때마다 무서운 모습으로 바뀌는 선생님 때문에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40년 만에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었다니 그 동기와 과정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50살이 되던 해 은퇴한 그녀는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떠올리다가 어린 시절 아쉽게 끝낸 피아노를 떠올린다.
마침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운이 좋게 피아니스트 스승을 만난 그녀는 한 단계 한 단계 피아노를 배워 나간다.
나이가 들어 배우는 피아노는 정신과 육체적인 좌절을 주었지만, 그녀는 배움을 멈추지 않게 계속해서 나아간 끝에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연주를 선보일 기회까지 얻는다.
지금까지도 피아노와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는 이 책을 통해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관련 팁을 주는가 하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이 단순히 한 개인이 피아노라는 악기를 배우는 것을 넘어 50대라는 인생 후반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위대한 삶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노력을 엿볼 수 있어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나도 50대가 되었을 때 과연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만약 그때가 온다면 나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삶을 한껏 끌어안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