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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이불장 ㅣ 키다리 그림책 69
양선하 지음 / 키다리 / 2022년 11월
평점 :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전혀 상반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흠칫하고 놀라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거나 고무줄놀이, 비석 치기, 술래잡기 등 몸을 이용해서 신나게 노는 것을 놀이라 불렀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놀이는 우리 때와 전혀 다르다.
찾아가지 않으면 만질 수 없는 모래알 하나 없는 놀이터는 아쉽기만 하고, 손가락 하나로도 원하는 영상들을 다 볼 수 최신형 스마트폰은 아이의 친구와 다름없어졌으니 아이들에게 놀이란 몸을 활용한다기 보다 앉아서 머리로 흥밋거리를 찾는 것이라 인식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라 친척 간의 교류도 줄어들어 삼삼오오 모여 사촌 간의 우정을 나눌 일도 거의 없어졌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사촌들과 함께 자라온 나는 그때의 추억이 여전히 가장 즐겁고, 아름답게 기억된다.
제대로 된 장난감 하나 없는 할머니 집 앞 논바닥에서 리어카를 탔던 일, 할머니 방의 자개 이불장에서 이불을 꺼내 사촌들끼리 둘러앉아 손을 잡고 전기 게임을 하며 즐거워했던 일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어제 일같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할머니의 이불장> 책 속에는 내가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놀이와 옛것의 정겨움이 나온다.
할머니 집에 놀러 간 윤이와 준이는 할머니의 자개장에 박힌 커다란 새 무늬를 보면서 공작, 학 등 다양한 새를 유추한다. 그러고는 자개장을 열어 이불에 있는 새와 자개장에 박힌 새 무늬가 같은 것인지 확인해 보자고 한다.
아이들은 이불 하나를 꺼내려고 했지만, 할머니의 이불장에 있는 색동 솜 이불, 모시이불, 담요, 목화솜 이불 등 우르르 쏟아지고 만다.
이불산이 무너지면서 잠시 당황스러운 하던 아이들은 이내 이불 놀이를 한다. 다양한 모양과 종류의 이불 위를 뒹굴면서 자수와 촉감으로 다양한 상상을 하는 아이들은 몹시 즐거워 보인다.
나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몸을 활용한 놀이가 이런 것이구나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구나 반성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줄 기회가 생겨 좋았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개장의 아름다움과 이불의 종류까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새삼 편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 또 한 가지는 우리말과 의성. 의태어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책 덕분에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이불 놀이를 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즐거워할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