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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름 ㅣ 책고래숲 6
김태란 지음 / 책고래 / 2022년 7월
평점 :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있다면 그건 바로 출산일 것이다.
세 번의 출산을 경험한 나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있어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소중한 경험이며 중대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어려움이 귀하고, 때론 어려움이 따른다는 말이다.
열 달 동안 품은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여성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문득 내가 처음 엄마라고 불리던 날이 기억난다.
출산 후, 병원에서 아이의 태명과 함께 '00엄마'라고 불러주시던 간호사들의 말이 어찌나 감동적이면서 어색하던지 여전히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이름 석 자가 분명히 있는데도 '00엄마'라 불리는 것이 조금은 억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내 이름으로 살아오다가 아이를 낳고, 하루아침에 내 이름이 사라져 버렸으니 억울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름을 잃어버린 것은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내 내가 사라지는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라진 나를 지하에서 꺼내기 위해 하루에 나를 위한 시간을 꼭 가지려 지금까지 노력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림 에세이인 <또 다른 이름>을 만났고, 나는 책장을 펼치자마자 가슴이 저릿한 경험을 했고, 급기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엄마가 되어 또 다른 이름으로 살았던 저자는 아들의 사춘기(아마도)로 인해 새로운 상황에 맞닥 드리면서 자신을 찾기 위해 전에 해왔던 미술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듯하다.

책의 띠지부터 엄마들의 마음을 반영한 이 책은 그림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콕콕 박혀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 없도록 내 발목을 잡아끌었다. 그림과 문장을 한 번씩 번갈아 보면서 저자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은 아닌지 나는 더욱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걸어간 저자의 이야기에 동지애를 느꼈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 너는 너 자체로도 소중한 사람이야.'
저자의 책을 읽고, 내가 하게 된 생각이다. 우리는 엄마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나 자체로도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 그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엄마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여성들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가슴 저릿하고,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꼭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부모라면 누구라도 꼭 한번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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