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올해로 결혼한 지 7년 차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겼고, 내 편들 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그 울타리 안에서 평생 받고도 남을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며 때때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든든한 내 편들로 인해 힘을 낸다.
내겐 가족이란 어렸을 때부터 그런 존재였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존재.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의 저자는 그렇지가 않았다.
중학교 시절 따돌림과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한 저자의 동생은 어린 나이부터 세상을 등지기 위해 고통이 수반되는 방법에도 개의치 않고 여러 번 죽음을 향한 시도를 했다고 한다. 거기에 죽음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는 막냇동생과 엄마. 가정 폭력의 가해자인 아빠까지. 저자에게 가족은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짐과 같은 존재였다.
나는 이런 상황을 알고 난 뒤, 저자가 짊어지고 있는 고통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고, 안쓰러운 마음에 저자를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저자는 자신과 같이 불행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치유를 받고 있는 듯 보였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여동생을 잃은 저자의 슬픔과 불안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애써 담담한 척 열어본 책의 첫 목차였던 '어느 자살 사별자에게'라는 제목을 보자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빨리 읽는 것을 포기하고 천천히 한자 한자 눈으로 새겨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온 사방에 널려있는 저자의 슬픔과 불안을 어떻게 주워 담고 있는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장에서 '밖에서 만나요, 우리'라는 글을 읽었을 때 내 안에 있던 불안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는 책을 덮으면서 이렇게 모든 이에게 자신의 슬픔과 불안을 공개하고 글을 쓴 저자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을 겪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 한번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읽다 보면 저자의 솔직하고, 담담한 위로에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