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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땅에서, 우리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월
평점 :

책을 펼치면 눈 앞에 몽골이 나타나고, 덮으면 사라지는 신기한 소설을 읽었다. 이금이 작가의 <거인의 땅에서, 우리>다. 이미 익숙한 제목의 청소년 소설을 썼지만 한번도 읽어보지 못 해서 이번 소설이 더 기대되기도 했다. 이 책은 2012년 <신기루>로 출간 되었다가 2022년 <거인의 땅에서, 우리>로 제목을 바꿔 다시 출간되었다. 그래서 에필로그가 두개다. 초판버전, 그리고 지금 버전. 내용도 조금 수정하고, 순화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신기루>를 읽었어도 지금 느낀 이 소설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 일 듯 한다. 그만큼 흥미롭게 읽었다. 나는 <신기루>라는 제목도 좋지만, 바뀐 제목이 책 내용과 더 잘 맞다는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딸 다인과 엄마 숙희의 이야기를 모두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작가가 썼다고 하기엔 10대인 딸 다인과 40대인 엄마 숙희의 시선을 너무도 잘 담았다. 시선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 글 분위기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재미있었다. 순식간에 빠져들어서 다 읽을 정도로 말이다.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오묘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다인과 숙희 그리고 글무지개 회원들과 함께 몽골에서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앞 부분은 15살 딸 다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춘기인 다인은 좋아하는 가수 지노오빠의 콘서트를 포기하고, 엄마를 따라 몽골여행을 가야하는 것이 영 탐탁지가 않다. 툴툴거리며 떠난 여행은 몽골에 도착하자마자 설레임으로 바뀐다. 가이드 바타르 때문이다. 바타르는 지노오빠와 형제라고 할 정도로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바타르를 보며 다인은 짝사랑에 빠지게 된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스타일로 바타르를 신경쓰지 않는 척하려해도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된다. 그런 다인을 보면서 내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다인과 같은 15살에 나는 학교 도덕선생님을 좋아했다. 내가 선생님의 열렬한 팬인 것을 도덕선생님을 포함한 전교생이 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좋아하는 마음을 틀키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괜히 아닌 척 부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덕선생님은 이미 내 마음 속 우주였다. 그 덕분에 즐거운 중학교 시절을 보냈고, 좋은 추억도 남길 수 있었다. 그런 순수한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었기에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몽글몽글 마음이 찌릿하다. 다인이도 훗날 지금을 돌아보면 나와 같지 않을까. 대학생인 바타르와 그저 상상 속에서 사랑을 키우며 현실로는 짝사랑 할 수 밖에 없는 그 모습이 나는 그저 풋풋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40대인 엄마 숙희는 자궁암 진단을 받고, 딸 다인과 함께 여행을 준비한다. 예정에 없었던 일이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거라 했지만, 엄마와의 특별한 추억이 없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딸과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급하게 결정했다. 툴툴거리는 다인이 신경쓰이지만, 바타르 덕분에 한결 부드러워진 것을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다. 다인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가 벌써 걱정될 정도였다. 숙희는 자신이 속한 글무지개 회원인 친구들과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 즐겁다. 여행지가 몽골인 것만 빼고 말이다. 하지만, 숙희는 아무 것도 없는 몽골 사막에서 잊고 지냈던 어린시절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엄마와 자신을 비교를 하면서 내면에 고통을 털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고비사막을 가지 않았다면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딸 다인에 대해서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멈춰버린 듯한 고요한 고비사막이 준 마법 덕분일지 모르겠다.
하늘 저 위에 고비보다 더 넓은 땅 있어요.
그곳에 양 치는 거인 사는데 밤마다, 밤마다 불 피워요.
불똥이 튀어서 거인 옷에 구멍이 아주 많이 났는데 그 구멍으로 불 보여요.
그게 저 별들이에요.
<거인의 땅에서, 우리>
많은 내용이 기억에 남지만, 나는 바타르가 말한 이 문구가 가장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고비사막에 쏟아지는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직접 보고 싶을 지경이다. <거인의 땅에서, 우리>를 덕분에 언젠가 몽골로 떠날 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나도 다인과 숙희와 같은 마음을 다 느낄 수 있길 바라며.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