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비둘기파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3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아버지라는 단어는 가슴이 짠해지는 말이다. 어머니라는 말과는 사뭇 다르게 말이다.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 미묘한 차이는 모두가 느끼고 있으리라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가 아버지에 대한 인물을 그가 지닌 특유의 위트를 가미하여 소설로 엮어냈다. 계급사회의 꼭대기에 군림하고 있던 바닥에서 성실히 일을 하던 아버지라는 공통점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사이좋은 비둘기파에서 주목할 인물은 이렇다.


● 파산 직전의 광고회사에서 술과 담배를 몸의 일부처럼 달고 사는 이혼남 스기야마. 그에게는 축구를 좋아하는 딸 사나에가 있다.

● 살아있는 병기라고 불릴 만큼 과거에는 잔인했다는 비둘기파의 두목. 그에게는 금이야 옥이야 하는 귀한 아들이 있다.

● 겉모습만 봐도 야쿠자인 울그락불그락 조직의 말단 가와타. 그에게는 매년 운동회마다 비디오에 담아야할 아이가 있다.

이렇게 사이좋은 비둘기파에는 아버지들이 있다. 물론 제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을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공통점은 아버지라는 이름 하나이다.

이 소설 스토리의 근본적인 시작은 비둘기파 두목의 아들이다. '파파회사는 왜 티비광고를 안해?' 라는 아이의 말 한마디로 유니버셜광고회사와 인연을 맺게 된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은 두목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스기야마의 딸 사나에가 그린 비둘기 그림 일명 '피짱'에 마음이 동한 부분이었다. 왠만하면 '저런 애들같은 그림 갖다 버려'라고 말할법도 한데, 자신의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아이의 시선에서 본 '피짱'은 합격점이었나보다.

그렇게 비둘기파의 CI의뢰를 받고 100% 강제적으로 일을 하는 유니버셜회사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소설은 진행될수록 비둘기파가 왜 친절한지를 설명해준다. 귀여운 야쿠자라고 하면 될까?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비둘기파 조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던 부분인데. 그들에게 왜 비둘기파에 들어왔냐 물었을때 그들의 대답중 대다수가 '성공하고 싶어서' '아무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였다. 그 이유가 다소 싱겁기까지 해서 내가 실망했을 정도다.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이란 다 똑같지 않은가. 그들도 결국 사람이었다. 다만 조금 거친 사람들일 뿐.


친절한 비둘기파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영화 [두사부일체]와 [유감스러운 도시]의 그들이 생각났다. 나름 음지의 조직원이지만 어딘가 조금 어리숙하고 순진하기까지 한 모습이 딱이지 않을까 싶다.

야쿠자를 친절하게 그려낸 그의 위트에 다시 한번 웃고, 오기와라 히로시 그가 진정 과거에는 카피라이터였구나 라는걸 새삼 실감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의 다른 작품인 [신으로부터의 한마디]를 본적 있는가? 그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회사의 업무에 관한 상황이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쓰지 못할만큼 잘 그려냈다.
또 한번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게 해준 오기와라 히로시에게 난 감사할 따름이다.



책은 역시 일상의 엔돌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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