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부터의 한마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에 재미가 붙었던 초창기때 일찍 접했던 책이다. 신으로부터의 한마디라는 제목에 종교적인 내용인가? 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시작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집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키워드인 위트와 유머러스함 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표지가 참 재미나다.



펑키한 느낌의 일러스트로 말끔한 정장차림에 브이를 하고 웃는 남자가 남자 주인공 료헤이. 소설속 그려진 료헤이의 모습이 실제라면 표지의 남자처럼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건데 표지에 그려진 남자의 팔에 살짝 드러난 문신. 저건 정말 센스인듯 싶다ㅋㅋㅋ 처음 표지를 봤을때는 넘겨봤던 부분인데 책을 다 읽고나니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아무튼 북커버(Bookcover)부터 범상치 않았다는! 북커버에 그려진 남자의 차림은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금기시 되는 차림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머리염색부터 옷차림까지 많이 자유로워 진것 같다. 이것도 모두 이런 문학작품의 영향탓이려나? 

밴드보컬출신의 료헤이는 잘 다닌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가와식품이라는 곳에 재취직한다. 하지만 거기서 잘 적응하면 소설이 아니지. 그는 평소의 말보다 주먹이 나가는 성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객상담소로 좌천된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굽신굽신 거리며 온갖 불평불만의 전화를 다 받아야 하는 부서의 별명은 일명'바퀴벌레하우스'.... 즉 완전 밑바닥부서인셈? 하지만 그곳에서 료헤이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 억지로 임했던 자신의 일에 대한 꿈이 아니었을까?

회사생활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오기와라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직장생활을 적어놨는지 알길이 없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주인공 료헤이 보다는 그의 선배인 시노자키였다. 그는 승진욕심도 없어보이고, 인생의 재미라고는 경마장에 가는것. 그것도 돈을 따기보다 돈을 날리는 재주만 갖고있고, 가정에 소홀해서 결국 가정파탄 위기까지 직면한. 완전 그저그런 남자이다. 그렇게 한심한 작자이지만 고객상담부서에서 그는 꼭 필요한 중요한 인재였다! 그가 가끔씩 소설속에서 풀어놓는 손님 상대하기 노하우는 보는 사람을 폭소하게 만든다.




"저어, 선배. 방문사죄라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아아, 전화하곤 좀 다르지. 시각효과도 노려야 해. 기본적으로는 저자세."
그렇게 말하더니 잠깐 뜸을 들였다 말을 이었다.

"전화보다 더. 말 그대로 저자세. 상대방의 키가 아무리 작아도 눈높이는 기본적으로 상대방보다 훨씬 아래. 상대방의 눈을 제대로 본다. 다만 내려다봐선 안 돼. 네 적성엔 맞지 않겠지. 그 사람 집에 도착하면 일단 첫마디는 '죄송합니다'야. 그리고 고개를 숙여. 우리 쪽의 실수 정도에 따라 고개를 숙이는 각도가 변하지. 우리 책임이 없는 핀트가 어긋난 클레임이라도 일단은 45도. 고만고만한 실수하면 90도. 전면적인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90도 이상, 최대한 허리를 굽혀. 그렇지, 무릎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말이야. 우리가 전면적으로 잘못했고, 또 배상이니 고소니 언론에 알리겠다느니 하는 골치 아픈 경우에는 그 이상이지."

"그 이상 어떻게 합니까?"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거지."
                                                                                                                                                      P 147중..
참 처절하면서도 그간의 그가 쌓아두었던 경험들이 묻어나는 대목이였다. 소설은 돈많고 게으른 놈들만 팔자좋게 좋은 사무실에서 노 예스만 하면서 운영하는 회사의 꼭대기부터 진짜 고객의 소리를 듣고 피부로 느끼며 발로 뛰며 일하는 회사의 가장 낮은 부분까지 자세하게 그려놓으며 그 과정에서 통쾌함까지 느끼게 해주는 소설.


흥?까지 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드라마를 찾아보려다가 완전 진을 뺐다. 하지만 결국 자료를 못찾았다는ㅠㅠ 전차남의 이토 아츠시가 주연을 맡았다고 했건만... 아 나의 검색능력이 딸린것일까. 하여- 대체하는 자료로 직장인들의 애환과 음악적 열정이 버무려져 인기몰이를 했던 우리나라 영화 [즐거운 인생]의 자료를 첨부!

분명히 소설과 즐거운 인생의 궁극적인 내용은 다르다. 료헤이는 음악을 접고고 일상적인 회사생활을 하면서 회사의 숨겨진 비리와 음모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일의 보람을 느끼는 인물이고, 즐거운 인생의 주인공들은 일상속 생활을 잠시 접고 숨겨두었던 음악에 대한 꿈을 이루어 나가는 인물들이다- 정 반대의 느낌이지만 어찌되었든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억지로 묶어서 포스팅해본다. (완전 억지)

결과적으로 이 책은 오기와라 히로시가, 힘든시기의 축 쳐진 어깨의 직장인들에게 건내는 '힘을 내게. 이 친구야'라는 의미의 책인 것 같다. 흐음.. 쉽게 말하자면 자양강장제 같은 책이라고 해야할까나.






저도 이 책을 읽고 기운이 났답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못찾은건 역시나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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