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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공이 좋아! ㅣ 도넛문고 12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5년 4월
평점 :
이민하 작가의 『너의 모든 공이 좋아』는 사랑과 집착, 헌신과 무력함 사이를 섬세하게 오가는 이야기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약간의 유머와 과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의 농도를 암시한다. 누군가의 '모든 공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깊이 빠져든 마음, 그 무조건적 수용의 정서는 단순한 사랑을 넘어선다. 그것은 일종의 숭배이자 자기 해체에 가까운 감정이다.
작품은 한 인물의 시선을 통해, 어떤 감정이 사람을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말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감정들—질투, 외로움, 기대, 실망—은 날것의 상태로 존재하며, 이민하 작가는 이를 억지로 다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꺼내 보여준다. 마치 거칠게 울리는 음색처럼, 그 감정의 결은 투명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이민하의 문장은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다. 불필요한 수사는 배제하고, 감정의 진동만을 남긴 채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그 절제 속에서 오히려 감정은 더 크게 울린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멀리하면서도, 그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를 훨씬 더 깊이 탐색한다. 사랑은 반드시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말 바깥의 행동과 시선, 기억과 침묵 속에서 더 강렬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끈질기게 보여준다.
『너의 모든 공이 좋아』는 어떤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남겨지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후회일까, 미련일까, 아니면 여전히 좋아한다는 감정일까. 그 복잡한 감정의 혼합물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공'을 기억하고, 떠올리고, 때로는 여전히 좋아하게 된다. 이민하의 소설은 그 불완전하고 진부한 감정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나 무심하지 않게 꺼내어 독자에게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