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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는 꿈 ㅣ 그림책 숲 32
서유진 지음 / 브와포레 / 2023년 8월
평점 :
어렸을 때 동물원에 갔었다. 돌고래 쇼를 보고 재미있어서 소리도 지르고 손뼉도 쳐주었다. 차례를 기다렸다가 커다란 앵무새와 사진을 찍고 말 등에 올라타고 체험장을 돌기도 했다. 귀엽다면서 동물들을 쓰다듬고 엄마를 졸라서 먹이를 사서 주기도 했다. 토끼들이 내가 주는 먹이를 오물오물 씹어먹을 때, 묘기를 부리고 있는 원숭이에게 손뼉 쳐 줄 때, 아기 동물을 안고 사진 찍을 때 행복했다. 그리고 동물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나 혼자만 행복했다는걸. 태어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엄마와 떨어져야 했던 아기 판다, 비좁은 우리에 갇혀 날지도 못하는 독수리, 스트레스를 받으며 훈련해야 했던 원숭이, 언제나 등에 올라탈 수 있도록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둔 말. 오로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구경거리로 전락 된 동물들은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을지.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참 미안했다.
‘네가 되는 꿈’의 서유진 작가는 2018년 대전의 한 사육장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된 사건을 보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뽀롱이는 책 속에서 ‘포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 인간과 동물의 처지는 역전 되어 있다. 인간들이 우리 안에 갇혀있고, 동물들은 그런 인간들은 호기심 있게 구경한다. 동물들은 인간들이 재주부리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고, 체험장으로 이동해 만져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우리 안에 갇혀있는 전시된 인간이 나라면. 동물들이 나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고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면. 나는 어떨까?
작가는 묻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아름다운 지구에서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은 무엇일까요?”
‘네가 되는 꿈’을 읽고 그 답을 찾아보면 좋겠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볼 수 있다면 서로가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섬세한 그림과 놀라운 발상으로 묵직한 울림을 주는 그림책 ‘네가 되는 꿈’.
인간과 동물의 따뜻한 연대와 공생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