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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를 잃은 달팽이
나봄 지음 / 자상한시간 / 2023년 6월
평점 :
“엄마, 나 좀 학교에서 구해주면 안 돼?”
내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퇴, 가출, 왕따 등 혹독하게 사춘기를 겪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떠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무능함, 상실감과 불안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 아닐까?
어느 가정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폭풍우 같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보며 가슴을 치는 부모가 있다.
이 책에도 험난한 사춘기를 보낸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던 엄마의 절절한 고백이 담겨 있다. 양육의 민낯을 고백하며 작가는 말한다. 아이와 함께 흔들렸을 때는 아이가 얼마나 아팠는지 볼 수 없었다고. 내가 정작 고민해야 했던 건 ‘내 아이가 사람이나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제대로 된 부모나 될 수 있을까?’였다고.
사춘기 아이와 끝까지 손을 잡고 함께 그 과정을 넘어서일까? 책의 6장은 엄마의 글을 읽고 아이가 화답한 글이 담겨 있다. 지금 고2가 되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는 엄마에게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엄마는 모자랄 것 없이 좋은 엄마였고 늘 최선을 다했다고. 다음 생에는 엄마의 친구로 태어나 엄마의 가장 예쁜 날들을 함께 보내고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아이가 쓴 글을 보고 왈칵 눈물이 났다. 사춘기 앓이를 했던 시간이 아이의 내면 안에 단단함과 성숙함을 주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느낄 만큼 엄마가 아이를 참 많이 기다리고 사랑해주었구나 싶었다.
지금도 껍데기를 잃은 달팽이들이 참 많다. 그 달팽이들이 이 책에서처럼 사랑과 애정 안에서 단단하고 새로운 껍데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응원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