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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베르베르 답다.’
‘베르베르 답다.’
누군가 그의 전작인 ‘죽음’을 읽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평가는 작가의 작품 성향이라고 할 수도 있고 바꿔서 나쁘게 말 한다면 작품이 늘 똑같다는 말 일수도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 뛰어난 상상력에 감탄하는 찬사도 있지만 이야기 전개나 등장 인물의 성향(심지어 같은 사람이 등장하기도)이 비슷하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베르베르 작품의 전세계 매출 중 30% 넘는 비율이 우리나라에서 팔린다 하니,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독자들이 전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독자들’이라고 추켜세웠다는 그를 이해 할 만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독자들이 기대하던 베르베르의 신작인 ‘기억’은 퇴행최면을 통해 자신의 전생을 경험하게 되는 고등학교 역사교사인 르네 톨레다노의 모험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친구 손에 끌려 간 마술 공연에서 최면술사 오팔에 의해 과거의 연령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퇴행최면’에 빠집니다. 가장 용감했던 전생으로 돌아간 그는 전쟁터에서 전사를 당하게 되는 공포를 겪게 되고 그의 몸에 남아있던 병사의 능력이 사람을 죽이게 되어 경찰에 쫓기게 되면서 이야기가 초반부터 빠르게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그 후 그는 오팔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111번의 전생이 있었고 자신의 가장 첫 번째 전생이 아틀란티스인인 ‘게브’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다로 가라앉게 되면서 인류 역사에서 전혀 기록에 남지 않아 존재유무를 가지고 논란이 된 아틀란티스를 후세에 기억 시키기 위해(역사 교사답게…) ‘게브’와 그의 연인 ‘누트’를 도와 모험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빠른 속도로 결말을 향해 치달리게 됩니다.
역사교사가 주인공인 소설답게 저자는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역사적 사실들을 끼워 넣고 이 이야기가 완전 허구가 아닌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의 중요한 축인 게브와 누트는 이집트 고대신화의 시조에 해당하는 대지의 신과 하늘의 신입니다. 지진으로 가라앉는 아틀란티스를 르네의 도움으로 탈출해서 이집트로 간 게브와 누트는 그곳에서 인간을 지배한 신이 됩니다.
이런 인물 배치 방법은 베르베르의 ‘파피용’에서도 등장을 하죠. 망가져버린 지구를 벗어난 14만 인류가 천년 넘게 비행해 새로운 행성에 터전을 잡으려 착륙했을 때 오직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남아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는데 그들의 이름이 바로 아담과 이브였다 라는 식입니다.
이렇게 베르베르는 그의 소설 속에 실제 역사와 과학적 사실들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이 로맨스나 허황된 판타지를 읽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그의 작품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르네와 최면술사 오팔의 로맨스도 결말을 더욱 뭉클하게 만들어줍니다.
저도 간만에 베르베르의 작품으로 몇 일 동안 전생의 최면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전생 체험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게 됩니다. 천상 이야기꾼인 베르베르 스타일의 소설 소재일 뿐입니다. 다만 저는 호기심 왕성한 주인공 르네처럼 자기의 전생을 끊임없이 탐구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전생에 뭐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고 지금 현실의 저와 엮여 있는 누군가가 전생에 무슨 인연으로 지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저는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처럼 저승길목에서 마신 차를 마시고 그 전생을 영원히 기억 못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그렇듯 독자 각자의 취향이지만 베르베르의 작품이 늘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김태원이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이야기로 대신 할까 합니다. 그의 노래가 한결같이 비슷하다고 어느 패널의 비판을 하자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럼 당신이 다른 가수 CD로 바꿔 들어. 내탓하지 말고.'
한 예술가의 성향을 가지고 늘 똑같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굉장한 실례이자 무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피카소에게 ‘당신은 왜 그림을 그릴 때 사물을 해체한 그림만 그리느냐. 식상하게… 정밀화도 좀 그리고 풍경화도 좀 그리고…’ 라는 것과 똑같죠. 작가에게 소재의 빈곤이나 모방을 탓할망정 작품스타일이나 그의 성향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베르베르는 늘 똑같지 않아? 라고 묻는다면 저는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 그럼 그냥 다른 책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