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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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를 바라보는 중년의 아야코는 20년 전에 이혼을 하였고, 1년 전에 외아들을 잃었다.  그런 나이이기도 했지만 갱년기까지 맞이한 아야코는 자신 안에 뭔가 살아 있는 것이 소실되어간다는 불안과 초조를 느꼈다.
이런차에 밝고 젊은 청년이 하루밤 묵을 것을 청했을 때,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마음이 즐거웠다.  그러니 그 젊은 청년이 새 신부를 데리고 왔을 때 당연히 우롱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몰래 엿들은 둘의 대화에서 아야코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떠 올린다. 밤 벚꽃이 끊임없이 지고 있는 모습에서 자신의 현재를 떠 올린다.
그녀는 지금이라면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레임과 무뎌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이다.
쓸쓸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때 고집 센데도 불쾌감을 주지 않는 청년의 방문은 일종의 설레임을 불러 일으킨다. 낯설음이 주는 생기이다. 하루하루가 더디고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고 활력을 느끼게 하는 살아 있음이다. 그래서 청년이 아내와 같이 다시 찾아 왔을 때 실망감이 들었을 것 같다.

 중.고등학교를 남자 학교에서만 다니다가 수능을 마치고 첫 소개팅을 한 적이 있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도 첫 눈에 반한 첫 사랑이었다. 대입을 향한 일상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그날 누구를 만났어도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그 때 내 마음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가벼웠다. 다음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녀가 삐삐 번호를 내 손바닥에 볼펜으로 써 줄 때, 손에서 오는지 마음에서 오는지를 모를 간지러움이 아직도 전해진다.
그날 밤은 설레임과 두근거림에 눈을 감고도 잠들지 못하였다.

 아야코에게서 전해지는 두번째 느낌은 무뎌짐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 이다. 섭리가 그러하다. 스물 아홉의 아야코는 그렇게 단호하게 " 전 반드시 헤어지고 싶어요" 라고 말했지만  쉰을 바라보는 아야코는 "이번만은 용서해드릴게요. 이제 바람 같은 거 피우면 안돼요. 그때,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후회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영원하리란 소유욕이 빼앗기려 하지 않고, 용서하지 못하게 만든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져버리고 마는 벚꽃이다.

 내 첫 사랑도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봄바람결에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남녀사이에 친구는 될 수 없어!" 라는 사나이 같은 단호함을 보이고 5번째 만남에서 이별을 통보 하였다. 그 때 나는 철이 없었다. 그 단호함도 곧 무뎌질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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