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범우문고 13
김승옥 지음 / 범우사 / 1986년 4월
평점 :
품절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두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제약회사 과부와 제혼해 전무로 승진하는 길목에서 잠시 회사 문제를 피해 고향 무진으로 떠나는 희중. 그는 고향에는 세무서장으로 있는 친구 조, 자신을 존경하는 학교선생인 박, 박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음악선생님 인숙을 만난다. 그리고 인숙과을 일탈을 하게 된다. 희중은 사랑을 느끼고 서울에서 같이 행복 할 것을 다짐해 보지만 아내의 급한 전보를 받고 현실로 다시 돌아 간다.

실제 희중은 무진으로 향했다기 보다는 무진이라는 자기가 바라는 공간을 상상으로 만든 느낌이다. 현실에 찌들려 있던 그는 아무런 부끄럼 없고 거침없는 곳으로 무진을 상상한 것은 아닐까. 그의 경험에는 한계가 있어 그 모호한 한계를 무진의 안개로 지우려 한건 아닐까. 안개란 주변을 흐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세세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만의 세계에 더 집중 할 수 있다. 이렇게 안개로 상상의 세상을 현실에서 분리해 만들고 일탈을 시작한다. 그 안에서 그는 그동안 책임과 눈총에 찌들려 있던 현실에서 도피하여 감상이나 연민으로써 세상을 향하고 서보고 싶었던 것 같다. 속물 세무서장 조와 직원들이 있고 , 연민의 대상인 인숙이 있다. 희중에 있어 인숙은 잃어 버렸던 순수이고 과거의 자신이다. 현실의 자신이 과부의 돈과 지위를 보고 선택한 결혼이 아닌 상상의 자신인 인숙은 사랑으로 안개속에서 햇볕 속으로 끌어 놓기를 원한다. 그 순간 달콤함에 입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의 전보라는 현실로 돌아가는 문이 열리는 그의 상상 여행도 끝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