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상한 일이지만 존대말로 쓰여진 책은 다정한 느낌이 듭니다. 읽고 있는 순간 내가 가르침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작자가 자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이야기 방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김영하 작가의 이 책은 서사 문학에 대한 6번의 강의를 책으로 엮는 것으로 직접 강연을 듣는 것처럼 좋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재미를 주는 책으로만 생각 했습니다. 신나게 읽으면 그만 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서 찜찜하거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소설을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고전은 철학적 사유를 담을 책이어서 어렵고 재미 없다는 편견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건 우리나라 입시 교육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항상 지문을 읽고 글의 주제를 파악하고 작가가 글을 쓴 의도를 보기에서 고르는 교육을 받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주제, 작가의 의도를 찾습니다. 주제나 의도가 안보이면 답답하고, 보이는데 무슨 의미 인지 모르면 읽기 싫어 집니다. 하지만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무지 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이렇게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바로 헤매기 위해서일 겁니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정신의 미로에서 기분좋게 헤매는 경험입니다.

분명히 우리는 소설을 읽음으로써 뭔가를 얻습니다. 그런데 그 뭔가를 남에게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한 미로와 타인이 경험한 미로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103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영국의 등산가 조지 맬러니는 ‘왜 산을 오르냐’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 라고 하였습니다.김영하 작가는 소설이 거기 있기 때문에 읽는다고 합니다. 거창한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독자는 작가가 써놓은 글의 일점 일획도 바꿀 수 없습니다. 등산가가 산의 높이나 정상으로 가는 길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산이 그러하듯 책도 그러한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책이라는 작은 틈을 통해 아주 잠깐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와 영겁의 시간에 접속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바로 이야기이고, 이야기가 바로 우주입니다. 이야기의 세계는 끝이 없이 무한하니까요. 69

이렇게 영겁의 시간과 만나는 시간을 즐기고 주인공에 동화 되어 보기도 하고, 내 삶을 투영해 반성도 해보고 그렇게 소설이 거기 있으니 읽으면 됩니다. 그러고 이야기는 다시 우주로 되돌려 주면 됩니다. 그러면 누군가가 그 이야기에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 우주로 되 돌려 줍니다. 그렇게 이야기의 우주는 깊어지고 넓어지며 지금에 까지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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