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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트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7
문지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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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트 트레인 』, 문지혁


*서평단 도서제공 @hdmhbook 


✍️ 1999년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나'의 유럽 여행기가 큰 골자를 이루고, 그 사이사이 2024년 40대의 '나'의 회상과 부연이 곁들여진 이야기다.


“소설과 에세이 그 사이 어딘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묘했던 소설이다. 이 책을 짧게 요약하면 “과거의 어느 한 시절을 면밀히 톺아보고 이를 온전히 보내주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면서  한바탕 큰 여행을 치른 것처럼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는데, 고된 여행을 마쳤을 때 우리의 마음이 그러하듯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을 때쯤에 나를 찾아온 감정은 "후련함"이었다.


작품해설까지 읽고 나니 너무나도 섬세하게 직조된,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지 않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여행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인생에 대한 알레고리가 제대로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라 훗날 재독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가만큼이나 평론가들을 존경하게 된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형성된 것이며 그런 사유를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렇게나 깊이 있는, 소설 전반을 꿰뚫어 보는 시야를 지닌 그들이 놀라우면서도 정말 부럽다😭


🔖기억을 가까스로 재구성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쩌면 전수진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일부의 사실과 일부의 거짓, 혹은 과장이나 왜곡이나 편집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서사화하고 그 속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통해 이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하니까. p109


🔖그날 오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지만, 사람들이 들려준 여행 이야기 덕분에 다른 방식의 여행을 몇 차례나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여행을 말할 때 수줍어하기도 하고 머뭇거리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했다. 분명한 건 그들 모두에게서 어떤 마음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무엇으로도 결코 훼손하거나 왜곡되거나 사라질 수 없는 마음.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연약하고 변하기 쉬우며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마음. 각자의 여행을 시작하게 됐고 여전히 지니고 있으며 아마도 여행을 마칠 때는 이전과 같지 않을 마음.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믿으며 바라는 마음. p128


🔖어쩌면 여행이란 대상을 사진에서 구해내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여행을 떠나서도 나는 다시 뷰파인더의 사각형 안에 대상을 가두곤 했다. 그것만이 내 여행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이. p159-160


🔖여행의 의미를 몰랐던 거죠. 너무 뚜렷한 목적이 있는 삶이 그렇듯이,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란 그게 무엇이든 공허할 수밖에 없는 건데. 그땐 그걸 몰랐죠. 그냥 흘려보내는 게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p179-180


#문지혁 #나이트트레인 #책추천 #소설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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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려 온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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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을 달려 온 』, 연여름


*서평단 도서제공 @goldenbough_books 


🔖모프시스를 찾는 고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꿈은 현재보다 나은 그 무언가였다. 그것을 행복, 성공, 안정, 기쁨 열정 등 어떤 단어로 부르든 지금의 결핍을 꿈에서라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호연이 바라는 것도 결국 그 맥락에 닿아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온전하게 받아들여지는 꿈. p85 #하품 


🔖“밤이 오면 별이 뜬답니다. 아직은 잘 보이지 않아도 끝나지 않는 밤이 시작되면 아주 선명하게 보일 거예요. 별은 길잡이예요.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지 늘 친절히 알려 주지요. 때로는 가야 할 방향도요. 밝은 낮에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랍니다.”

그 말을 곱씹다 보면 온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저절로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반짝이는 별들을 마주할 그 순간을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나기의 이야기는 항상 두려움의 무게를 덜어 내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p135 #밤을달려온 


🔖“만약에라도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이에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뭐든,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 이야기할 누군가가 마침 하나도 없는 날이 인생에 한 번쯤은 있잖아요? 그럴 때•••••• 나라도 좋다면 들어 줄게요.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겠지만 들을게요. 고통도 기쁨도요. 재미없는 농담도. 뭐든지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잖아요. 나는•••••• 그렇거든요.”p200-201 #화살거두는천사틸리의선택 


✍️다채로운 세계관과 설정으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연여름 작가의 신간 소설집 <밤을 달려온>, 이번 소설도 어김없이 신선한 이야기들로 단단히 무장했다! 소설집의 경우 수록된 단편들 간의 편차가 큰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골고루 좋았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열두 해를 주기로 낮과 밤이 바뀌는 행성 ‘라클’과 ‘데인’을 배경으로 한 표제작 <밤을 달려온>과, 인간에게 사랑에 빠진 화살 수거반 천사 ‘틸리’가 등장하는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이다. 이 외에도 꿈 이식/가족 초대 제도라는 신박한 소재를 다룬 <하품>과 단 7장으로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 <솔트 스위트 캐러멜>도 취향저격이었다.


수록된 소설집 전부 다 소재가 정말 좋았는데, 조금 더 긴 이야기로 읽어보고 싶은 단편도 있었다. (소설을 아직 많이 읽지 않은 것도 한 몫 하겠지만) 올해 읽은 소설 중 지금까지는 이 소설집이 가장 인상깊은 것 같다. 연여름 작가님 다작해주시고... 돈 많이 버시고... 오래오래 소설 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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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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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잎 3기 도서 『 인터메초 』, 샐리 루니


"인터메초"란 간주곡이나 막간극을 뜻하는 용어로, 체스에서는 예상 밖의 한 수를 지칭할 때 쓰인다. 

형 피터는 잘생기고 머리도 좋은 변호사로 두터운 신용을 자랑하지만, 전 연인 실비아와의 관계를 놓지 못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람과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며 갈팡질팡한다. 

동생 아이번은 재능 있는 체스 선수이지만 체스판 위에서의 영특함이 일상생활에서는 잘 발현되지 않고, 타인을 대하는 데에 있어 많이 서툰 인물이다. 

이 책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위태롭던 관계에 더 큰 금이 가기 시작한 두 형제 피터와 아이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제 와서 곱씹어봐야 무슨 소용일까? 인간의 정신은 반복적일 때가 많고 익숙한 비생산적 사고의 순환에 종종 갇히는데, 아이번의 경우에는 보통 후회에 대해서 그렇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어떤 일이 일단 일어나면 끝이다. p46


🔖과거에 할 수도 있었을 온갖 일들을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내가 내 삶을 마음대로 할 힘이 없었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그러니까, 갑자기 새로운 성격을 만들어낼 수도 없잖아요. 그냥 온갖 일들이 나한테 일어날 뿐이죠. p72


🔖당신이 아는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생각하는 중인가 봐요. 나에 대해서 알게 되거나 하면. 그 사람이 썩 좋아할 것 같지는 않은가 봐요. 

마거릿이 살짝 웃으면서, 걱정하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대답한다. 아, 그래요, 아이번. 좋아할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당신 인생이잖아요. p176


인생이란 무엇일까. 확고부동하던 나의 신념을 한번에 깨트리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삶이 180도 변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 했던(혹은 상상하기조차 싫었던) 일이 발생하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 덕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게 되기도 한다. 너무나도 복잡다단하기에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은 후에 내 나름대로 정의내려 보자면,


아득할 정도로 무수한 삶의 물줄기들에 하염없이 휩쓸리는 것, 그 물줄기에 잠식될 때도 있지만 열심히 헤엄치며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는 것. 예상 밖의 한 수(인터메초)들을 끊임없이 맞닥뜨리고 흘러가는 삶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일.


그것이 인생이자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 소개 글을 읽을 때만 해도 이 책에 로맨스가 등장할 줄은 몰랐는데, 읽고 보니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수위도 제법 센 편임! 


정식 출간본이랑 가제본 차이는 표지 재질이랑 색깔 정도😀 맨들한 재질에서 까끌?한 재질로 바꼈고, 색깔도 조금 더 밝은 노란색이 되었다💛


#인터메초 #샐리루니 #소설 #책추천 #은행나무출판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리뷰 #북리뷰 #독서 #책 #일상 #서평 #독후감 #화제의책 #장편소설 #외국소설 #은행나무 #슬픔 #불안 #상실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노멀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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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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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움가트너 』, 폴 오스터


*도서제공 @openbooks21 


✍️사고로 배우자인 애나를 잃은 바움가트너의 시선과 감정을 담은 소설. 상실과 애도, 회상과 그리움, 과거를 지나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하는 시간을 '사이 바움가트너'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한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어느 날, 냄비를 불에 까맣게 그을려 버린 사건을 시작으로 바움가트너는 잇따른 여러 사건을 겪고, 결국 그는 아내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린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이 지닌 분위기와 사뭇 닮았는데, (좀 더 정제되고 차분한 느낌의 오베라는 남자 같았다) '어딘가 괴짜 같은 면이 있으면서도 정 많은 노인,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쓸쓸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남자' 같은 면들 때문인 것 같다. 애나를 직접적으로 회상하는 장면뿐 아니라, 그의 일상에서 묻어나는 여러 행동들에는 애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물씬 풍긴다. 특히 상실을 환지통에 비유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큰 충격을 동반하는 일인지 느끼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주디스라는 인물을 굳이 등장시켜야 했는지엔 끝까지 의문이 들고, 애나에 관한 꿈을 꾼 이후로 급작스럽게 변화한 바움가트너의 태도에 잘 쌓아왔던 몰입이 한순간 와사삭 됨,,,)


🔖그는 죽은 자식을 애도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죽은 부모를 애도하는 자식, 죽은 남편을 애도하는 여자, 죽은 아내를 애도하는 남자를 떠올리며, 이들의 고통이 신체 절단의 후유증과 얼마나 닮았는지 생각해 본다. 사라진 다리나 팔은 한때 살아 있는 몸에 붙어 있었고, 사라진 사람은 한때 다른 살아 있는 사람에게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절단된 일부, 자신의 환상에 속하는 부분이 여전히 깊고 지독한 통증의 원천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치료가 가끔 이 증상을 완화해 줄 수는 있지만 궁극적 치료법은 없다. p68-69


🔖그녀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내세의 삶, 의식적 비존재라는 이 역설적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해주는 존재는 그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태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그녀의 느낌으로는. 하지만 그가 살아 있고 그녀에 관해 계속 생각할 수 있는 한 그녀의 의식은 그의 생각에 의해 깨어나고 또 깨어날 것이며, 심지어 가끔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의 생각들을 듣고 그의 눈을 통해 그가 보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도 전혀 모르고, 어떻게 지금 그와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녀가 확실하게 아는 것 한 가지는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연결되어 있으며,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이룩했던 깊은 연결은 죽어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p76-77


#바움가트너 #폴오스터 #책추천 #소설 #베스트셀러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 작가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이번에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원래 표지도 너무 영롱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리커버가 더 내 취향에 가깝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표지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눈독들이실 만한...! 게다가 이번 리커버에는 폴 오스터의 영면을 애도하는 김연수 작가의 헌정 에세이 <굿바이, 폴>이 수록되어 있어 더더욱 소장 가치가 있다. 이미 바움가트너를 읽으신 분들은 재독하면서 새롭게 읽히는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외국문학은 특유의 변역투 때문에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거슬리는 어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한국문학 읽는 것처럼 정말 술술 읽힌다. 나처럼 번역체 때문에 외국소설 읽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한번 잡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극적인 사건 같은 건 없지만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잔잔하게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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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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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 오션 브엉


*도서 제공 @influential_book 


🔖저는 지금 그 사슴을 떠올려요. 엄마가 어떻게 그 까만 유리 의안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비친 스스로를, 엄마의 전신을, 그 생명 없는 거울에 비친 일그러진 모습을 보셨을지를요. 어떻게 엄마를 충격에 빠트린 게 짐승의 잘린 목으로 만든 그로테스크한 장식이 아니라, 박제의 모습으로 나타난 결코 끝나지 않는 죽음, 우리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나칠 때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그 죽음이었는지를요. p13-14


🔖베트남에서 우리는 “사랑해”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할 때에도 거의 항상 영어로 하는 게 사실이에요. 우리에게 있어 돌봄과 사랑은 봉사를 통해 가장 선명히 발음되죠. 흰머리 뽑기, 자신의 몸으로 아들을 눌러 비행기의 흔들림과 아이의 공포를 흡수해주기. 아니면 그때 란 할머니가 저를 부르셨던 것처럼, “리틀독, 이리 와서 네 엄마 주무르는 것 좀 도와라”하면 우리는 엄마의 양옆에 앉아 팔뚝의 단단해진 힘줄부터 펴면서 팔목으로, 손가락으로 내려왔어요. 중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그 시간 동안 무언가가 이해되었어요. 서로에게 손길로 연길된 마루 위의 세 사람이 ‘가족’이라는 단어와 동일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 말이에요. p54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는 <기쁨의 황제>의 저자인 오션 브엉의 데뷔작으로, 베트남계 이민 2세이자 성소수자인 화자가 엄마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전쟁이 사람의 마음속에 남긴 혼란과 상흔, 일상 곳곳에 스며든 폭력,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외로움, 궁극적으로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엄마에겐 영원히 가닿지 못할 편지의 내용까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처연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반영되어 있는 이 소설은 뚜렷한 서사가 존재하지는 않고 화자의 경험과 기억의 편린들, 당시에 화자가 품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서술한 형태에 가깝다. 따라서 소설적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화자의 감정선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글임에도 문장이 지닌 아름다움이 활자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번역된 글이 이 정도인데 원문으로 읽으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호불호가 조금 갈릴 책인 것 같다. 은유나 비유가 많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문체의 미학을 중요시하는 분들께 강추드린다👍


오션 브엉 작가의 데뷔작을 읽었으니, 이 다음은 추천해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던 <기쁨의 황제>를 읽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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